그 사람의 아침

by 케지


정선은 눈을 감았다. 눈꺼풀 아래로 스며든 새벽의 잔열이 서서히 식어갔다. 반지하 원룸의 공기는 눅눅하고 무거웠다. 보일러가 멈춘 지 이틀째였다. 이불은 어깨를 덮기엔 얇았고, 벽지는 지난 장마에 불은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함께, 오래 묵은 외로움이 감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선은 매일 이 순간을 기다렸다. 스위치를 내리듯, 눈을 감는 순간이었다. 어둠 속은 조용했다. 조용해서 무너졌고, 무너져서 다시 조용해졌다. 처음엔 그저 꿈이었다. 그럴 리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반복되자 믿음은 무너졌고, 이제는 알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이 능력을 인지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중독되어 있었다.

의식은 조용히 미끄러졌고, 아침이 환하게 열린 또 다른 세상이 그녀를 맞이했다. 부드러운 이불, 햇살이 스며드는 하얀 커튼, 그리고 어디선가 은은하게 퍼지는 된장찌개의 냄새. 정선은 깨어났고, 동시에 깨어난 것이 아니었다. 이곳은 그녀의 방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몸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 공간에 속해 있었다.


"일어났어?"
낯선 여인의 목소리가 주방에서 흘러왔다.

"늦잠 다 자네. 밥 식는다."


정선은 무의식적으로 '엄마'라고 말할 뻔했다. 고개를 돌리자, 여인이 있었다. 고운 머릿결을 질끈 묶고, 앞치마를 두른 채 국을 휘젓고 있었다. 그녀는 따뜻한 사람의 냄새가 났다. 생의 온기였다. 현실에서는 기억조차 흐릿한 감각. 정선의 진짜 엄마는 요양병원에 누워 계셨다. 3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후로는 단 한 마디도 건넨 적이 없다. 손은 굳었고, 눈은 떴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녀가 살아 있었다. 목소리도, 냄새도, 손끝의 온기까지도. 정선은 이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몸은 이미 안식처럼 그곳에 잠기고 있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종류의 따뜻함이었다.


“엄마…”
입에서 새어나온 그 말은 떨렸다. 마치 잊고 있던 언어가 혀에 걸린 듯 어색했고, 동시에 익숙했다.

“응?”
그녀는 대답했다. 된장을 휘젓던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정선은 자신의 눈가가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아니, 이건 정선의 감정이었을까. 아니면 지금 이 몸의 주인의 감정이었을까. 경계가 흐려지고 있었다. 몇 번의 침입을 통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은 조금 다르다. 너무 자연스럽고, 너무 따뜻하다. 그녀는 잠시 잊는다. 이건 누군가의 삶을 훔치는 행위라는 걸.


하지만 정선은 알고 있다. 오래 머물면 안 된다.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 그녀의 진짜 몸은, 정선이라는 본래의 자아는, 점점 지워지고 있다. 눈을 감는다는 건, 이제 회피가 아니라 도박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매일 눈을 감는다.


이 삶이 너무나 생생하니까. 너무나, 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