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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PECT Mar 15. 2024

꿈 많은 방구석 DJ

음악실 나비효과

고등학교 때 나는 반에서 꽤나 시끄러웠던 아이였다. 급식을 빨리 먹으려고 급식소까지는 금메달을 향해 달리는 우사인볼트처럼 복도를 뛰어다녔고, 교무실에서 혼나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 중간에서 항상 두 손을 들고 벌을 서고 있었으며, 장기자랑을 할 기회가 있다면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마치 아이돌 마냥 춤 연습을 하는 아이였다.

학구열이 강남 8 학군만큼이나 높았던 분당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아이였다.

나는 그런 아이였다.

어느 날과 다를 것 없이 시끄러운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던 나는 4교시 음악시간이라는 반장의 말에 뭐가 그리 급했는지 “1등!”을 외치며, 음악실로 또 미친 듯이 달렸다. 1등으로 도착할 것을 예상하고 입가에 미소가 번질 때쯤 멈칫! 손 딱딱하게 굳고 바닥에 발이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산만하고 주의력결핍이 의심이 될 정도의 고등학생인 나를 귀를 한 번에 사로잡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들렸다. 젓가락 행진곡 이외에는 몰랐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클래식처럼 무거운 음악도 아니었으며, 경쾌한 템포에 어깨가 들썩거리고 마치 내가 춤연습을 할 때만큼 신나는 선율이었다.


“뭐지… 아름다운데 신난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그 신선한 충격은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고 책가방을 챙기는 친구들의 책상과 의자 끄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4교시부터 야자시간까지 거진 6시간을 충격에 빠져 있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날부터 나는 어떤 악기를 배우면 잘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피아노는 체르니 100번도 못 치고 포기할 것 같았고, 바이올린은 한 달에 용돈 10만 원도 채 못 받던 나로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관현악기도 비싸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슬슬 악기에 대한 생각이 점점 멀어지고 포기가 가까워질 무렵 중간고사 시즌이 왔다.


공부에 취미가 없던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중간고사 시즌이 오면 왜 그렇게 방청소가 재밌을까?

너무나도 재밌는 방청소를 거의 끝내고 이제 의자에 앉아서 공부하는 척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할 때쯤 청소하다가 나온 CD 한 장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중학교 때 예고를 준비하던 아티스트의 자태가 그때부터 보이던 한 친구가 준 CD였다.

관심이 없던 나는 선물을 받고 처박아둔 CD를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이 얼마나 중간고사 시즌에 흥미로운 주제인가?

얼른 컴퓨터를 켜고 CD를 넣고 아무도 들리지 않게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1번 트랙부터 천천히 감상했다.


음악실에서 느꼈던 충격은 충격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분명 피아노 소리가 나지 않았는데 멜로디 소리가 들리고,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 로봇의 목소린데 내가 들었던 어느 보컬보다도 멋지게 들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아티스트!

Daft Punk Homework 앨범

80년대 일렉트로닉 테크노와 펑크로 아직도 회자되는 일렉트로닉 올드 스쿨 시카고 하우스와 디트로이트 미니멀리스트 테크노 명반


나는 이때부터 악기가 아닌 기계에서 음악을 틀고 사람들을 춤추게 할 수 있구나! 를 알고 15년 차 디제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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