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M이라고 다 똑같지 않아!
음악엔 장르가 참 다양하다. 힙합, EDM, 클래식, 각 나라별 장르부터 수도 없이 많은 장르가 있다.
힙합에도 동부의 90 bpm의 붐뱁, 남부의 808 베이스를 기본으로 하는 트랩과 같은 조금 더 디테일한 장르가 있듯이 일렉트로닉 음악에도 엄청나게 다양한 디테일한 장르가 존재한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들었을 때는 그저 기계음으로 만들어진 음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대중적으로 멜로디컬 하고 누구나 호불호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어 올림픽이나 2010년대 페스티벌을 장악하였던 장조의 멜로디컬 한 프로그래시브 하우스부터 유럽인들에게 사랑받는 테크노, 딥하우스, 싸이트랜스 등 정말 다양하고 수많은 장르들이 존재한다.
위에선 같은 장르여도 장조와 단조, 멜로디와 같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밝고 명쾌하거나, 어둡고 다크 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9월 어느 날 갑자기 디제이 섭외가 들어왔다. 아는 형님이 음악감독과 이사님으로 계신 클럽에서 40분 공연을 하자는 섭외였다.
사실 내가 틀겠다고 말했는데 흔쾌히 타임을 주셨다.
사실 요즘 사업을 시작한 이래에 업무적으로도 많은 스트레스와 문제들이 있었고, 금전적인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으며, 너무 사랑하고 결혼까지 생각하던 여자친구와의 결별로 인하여 감정적 기복이 매우 안 좋고 다운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음악을 틀고 싶었고,
그런 상태에 나한테 디제잉은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1회 40분짜리 공연을 하기 위해 디깅(당일 틀곡을 다운로드하는 행위)에 시간을 쓰면서 잡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했고, 기쁘게 음악을 틀면서 신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나의 기분도 한층 좋아질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더욱더 노력을 한 것 같다.
다른 날보다 디깅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으며, 셋을 짜기 시작했다.
(셋이란? 당일 디제잉에 선보일 곡을 차례대로 선별하는 것)
대부분은 40분 공연이라고 했을 시 대략 30-40곡정도가 평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그날 타임을 위해 다운로드한 곡이 무려 77곡..
얼마나 잡생각을 안 하고 싶었으면 이랬지? 할 정도로 준비를 해서 헛웃음이 날 정도였다..ㅋㅋㅋ
열심히 했다는 뿌듯함과 긍지를 가지고 다음날 작업실에서 틀어보기 위해 USB에 차곡차곡 음악들을 가지고 갔다.
작업실을 가는 이유는 다운로드하고 집에서 들어보고 노트북으로 들어보는 것보다 직관적이고, 문제점이나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작업실에서 대부분 틀어본다.
사실.. MBTI가 ENTJ라서 유독 더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다.
작업실에 도착하여, 준비한 곡을 한곡 한곡 틀어보다가 경악을 했다. 분명 집에서 틀 땐 밝게 느껴졌는데..
내가 가져온 음악은 이게 웬걸.. 지옥에서 온 음악이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 노래들이 공포영화에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 상태로 가지고 갔으면.. 듣는 관객들은
“저 디제이새끼 여자 친구랑 헤어졌나?”
“집에 우환이 있나?” “아니야.. 사업이 망했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알정도였다.
나는 급하게 다시 음악을 정비하고 셋을 짜기 시작했다. 문득 생각난 게 “잘하는 디제이는 네가 듣고 싶은 음악을 트는 게 아니고, 대중이 원하는 음악을 트는 거야~”라는 말이 생각나서 얼른 나의 감정을 감출 수 있는 장조의 음악들로 하나씩 변경했다.
정비를 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준비를 완벽하게 끝낼 수 있었다.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사람의 감정이란 게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고, 음악엔 티가 많이 나는구나~라는걸
그러니 작곡가 작사가들은 다 이별을 해봐야 한다.
지금 여자 친구남자 친구 있는 작곡/작사가들 다 헤어져라!!! 커플지옥! 솔로천국!.. 꼬장 아니예요..장난입니다..이해해 주세요 (제 멘탈이 나갔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