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감정조절이 필요한 순간-서정선'과 '엄마의 감정연습-박태연'을 참고하였으며 글쓴이의 의견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불안이 많고 낯선 상황이나 사람에게 냉소적이다. 그로 인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기회를 잃기도 한다. 세상은 너무 혼란스러워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미 내가 한 결정을 가끔 아니면 자주 후회한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 순간의 나는 최선의 결정을 했다는 것. 결정이라는 것 자체가 칭찬할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불안이 많은 우리는 결정을 미룬다. 그래서 오히려 기회를 놓친다. 결정해서 실패도 해보고 후회도 해봐야 경험이라는 게 쌓인다. 그리고 우리는 더 나은, 더 신속한 결정을 하는 법, 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는 법, '이만하면 되었다.'라고 만족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1.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은 이성적이기보단 주관적인 판단으로 결정을 할 때가 많다고 한다. 기분 같은 심리 상태가 상대적 가치에 큰 영향을 준다. 실수도, 실패도 우리에게 후회와 반성을 통해 다시 넘어진 곳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어날 힘을 준다. 심리상담 중에 상담가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지민 씨는 실패한 게 아니라 선택을 한 거예요. 앞으로도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선택할 수 있어요. 성공과 실패로 일의 결과를 나누기보다는 그저 했다와 하지 않았다로 생각해도 좋아요.'
우리는 늘 어떤 일을 하고도 결말을 중요시 여기고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의 나의 성장과 기쁨은 고려하지 않는다. 내게는 꽃에 물을 주듯 소중히 여긴 관계가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함께 하는 추억이 쌓이는 것 같아서 마냥 뿌듯했다. 그러나 곳곳에 '익숙함과 시들함, 실망과 채근'같은 잡초가 많이도 자라났다. 나는 소원해지기는 해도 절대 놓치지는 말자고 몇 번을 말했다. 그러나 상대는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 이별을 몇 번이고 다짐했고 결국 손을 놓자고 말을 했다. 나는 잡지 못했다. 더 나은 말과 행동이 분명 있었을 텐데, 끊어지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 우리에게 있었겠지만 그 순간의 나는 백지장이 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결국에는 소중한 관계가 아무것도 아닌 관계가 되었다. 그렇다고 실패한 것일까. 함께 있었던 시간 동안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이별하고도 많은 교훈을 남겨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어떻게 관계를 맺고 유지해야 하는지, 감정적으로 지지하고 힘이 되어야 하는지,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세심하게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어떤 일의 결과만 본다면 실패가 되겠지만 과정을 본다면 배움이 된다. 나는 그저 상대의 선택을 지지하고 내 고집을 꺾고 놓아준 것으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
2. 좋은 결정을 했더라도 충분히 힘들 수 있다.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모두가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힘겨운 전투를 하고 있다. 선택에 책임지기 위한 자신의 모습은 그 사람을 성장시킨다. 나는 내가 한 선택을 뒤로 무를 수 없기에 책임을 다하고 있다. 비록 대가가 조금 아프고 무겁고 지난한 과정이라도 말이다. 나는 날이 갈수록 더 나아지고 있고 이 책임도 익숙해져서 덜 무거워진다.
당신이 노력했지만 원하는 것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도 괜찮다. 그 과정에서 인내하는 법, 절제하는 법, 노력하는 법, 용기 내는 법,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 같은 마음 단련을 충분히 했기에 다음번에는 더 잘할 것이다.
3. 다른 사람의 인정은 필요치 않다. 나 자신의 인정만으로 충분하다. 좋은 결정을 했지만 순간순간 찾아오는 후회와 더는 못할 것 같은 좌절감이 찾아오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그것은 내가 감당할만한 부수적인 책임인 것이다. 나는 사실 약을 먹으면 안 되는 몸이지만 아직 불안이 정제되지 않아서 소량의 항우울제를 복용한다. 이것이 내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책임에 따른 결과라고도 생각한다. 이겨내지 못하는 내가 작게 느껴지고 무력해 보일 때가 많지만, 나는 결국에는 극복할 것이고 약에도 의존하지 않을 것이고 누구의 인정이나 압력 없이도 내가 할 일을 스스로 해낼 것이다. 타인을 향해 있던 내 시선을 이제는 내게로 옮겨와 내게 집중할 것이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 알아갈 것이다.
4. 자존감이란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서 존중하는 마음과 믿음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대체로 자신에게 긍정적이기에 타인에게 불필요하게 방어적이지 않다. 만약 요즘 타인에게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면 자신에게 너무 소홀하거나 지쳐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지금도 나는 과거의 일은 과거로 묻었지만 자존감이 발목을 잡는다.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은 우울하고 슬픔에 침잠할 때가 있다.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이든, 모습이든 간에 내가 해온 노력과 그 과정을 알아주고 그 경험을 지켜낸 나 자신을 이해해주어야 한다. 나의 긍정적인 면을 소중히 여기고 칭찬해야 한다. 직접 부딪히고 깨지고 노력하고 고민한 과정은 결코 헛되지 않다.
5. 우리의 목표는 높은 자존감이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서 만나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돌보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새로운 관점으로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마음의 근육을 키워가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것이다. 순간에는 실망할 수 있지만 나는 나를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사랑할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하나의 '선택'이며 그(또는 나)를 사랑하고 친절을 베푸는 것은 자신의 통제권 안에 있다. 지난날은 이성이 수치심과 죄책감을 자극해 생산적인 목표를 위해 내 정신적, 육체적 행복을 희생하라고 했었지만 이제는 그 에너지를 나 자신을 위해 쓸 것이다. 나의 건강과 나의 행복을 위해서 더 이상 타인의 요구와 시선에 매이지 않을 것이다. 결코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삶을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인정이나 도움, 동력에 의해 내 삶이 부유하게 하지 않으며 나 자신의 선택에 용기와 지지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