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전기지민 Dec 11. 2024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기로 선택한다.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내가 살아간다는 것은

*이 글은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 오프라윈프리'를 참고하였다.


 나는 이만 외로움을 종결하려 한다. 행복은 타인의 존재 유무와 상관없이 내 안에 있으며, 내 자존감은 누구의 판단이 아닌 나의 인정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타지에 와서 산 지 8개월이 되었다. 이곳은 교통이 편리하지도, 아는 사람이 살고 있지도, 맛집이 많지도, 카페가 많지도 않다. 게다가 학원이나 학교도 많지 않다. 제철소가 많아 교대근무하는 남성분들이 많고 여성분들은 살림을 살고 아이들을 양육하는 게 일반적이다. 나는 9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하던 직장인에서 아무것도 없는 이 황무지 같은 곳에 왔다. 막 달려 나가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 남겨진 느낌. 공허하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마냥 신기해서 힘든 줄 몰랐다. 어떤 일정도 없으며 내가 하고 싶은 운동도 실컷 했다. 그러나 운동도 나의 외로움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몸을 가꾸고 자랑하는 일도 곁에 누가 있거나 봐줄 때에야 가능하다. 운동을 해서 기분이 좋아지기는 하지만 근원적인 외로움과 공허를 채울 순 없었다.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

 사람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나마 있던 친한 친구와 절교를 하면서 정말 나는 혼자가 되었다. 남편이 있지만 내게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교회에 나가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는 얼굴이 많이 생겨서 갈 때마다 인사하는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요가를 3달 끊었다. 나는 헬스 위주로 운동을 해왔어서 몸을 돌보고 천천히 움직이는 요가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생각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려 노력했다. 그리고 수많은 심리 관련 책을 읽었다. 자기 계발서 같은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모조리 읽었다. 그곳에서 깨달았다. 행복은 타인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지 않고, 그래선 안된다는 것을. 나는 비록 누릴 것이 없는 황무지에 와 있지만 그래도 나의 하루를 환경이 망칠 순 없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모두가 각자의 사정이 있고 환경이 다르다. 외국에 나가서 다시 새 삶을 시작하고 정착해야 하는 이민자도 있고, 시골에 가서 살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 북적이는 경기도권에 사는 사람도 외로울 수 있고 삶을 누리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에 있든지 행복할 능력이 내면에 있는 사람은 외로워지지 않는다. 조용함과 차분함을 누릴 줄 안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을 잘 알고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한다. 나는 그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공통된 소망


 우리 모두의 소망은 '자신이 가치 있게 여겨지고 싶다는 것'이다. 누구나 상대가 나를 사랑하고 필요로 하고 이해하고 인정해 주길 갈망한다. 나는 특히 인정욕구가 큰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인정이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인정이 내 하루를, 내 행복과 감정을 움직여선 안된다. 인정이나 응원이 없더라도 내가 나를 제일 잘 알고 응원해 줄 수 있다. 내가 내게 제일 듣고 싶은 말을 해줄 수 있다. 당신은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나는 내게 '참 열심히 살았다. 수고 많았다. 잘 이겨냈다. 지민이 너는 너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바람피우는 사람들의 특징은 상대가 너무 좋아서가 아니라 특별하게 여기지는 느낌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주지 못하는 미사여구를 다른 이에게서 들을 때, 그 인정을 갈망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길 바란다.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람을 친구나 가족이 나서서 그를 이해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어릴 때 받지 못한 사랑과 애정 깊은 관계로 인해 결핍이 있다면, 이제라도 자신이 스스로에게 주어야 한다. 자신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자주 말해주자.


소통의 중요성

 모든 관계의 핵심은 소통이다. 친구가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나와 잘 소통하는 관계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소통이 잘 될 때의 그 짜릿함을 즐긴다. 심리 상담을 받을 때, 그 상담가를 계속 만나고 싶은 이유는 그가 내 눈을 보고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군가를 온전히, 어떠한 판단 없이 이해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상대가 그것을 느끼고 감동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싶어 하고 들어주는 일을 피로하게 느낀다. 그러나 진정으로 우리가 들을 때, 소통이 시작된다.

오프라 윈프리는 이렇게 물어보라고 권한다.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게 뭔가요?'

 사람들은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다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사람 마음이 특히 그렇다. 그러니까 상대에게 꼭 물어야 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기분이 어떻고 감정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이렇게 말하자.

 '당신을 이해해요.'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어야 타인에게도 넓은 이해를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새로 만나고 사귀는 것을 두려워말자. 인생은 길고 어느 시점에 얼마나 아름다운 인연을 만날지 모른다. 그러니까 마음을 열고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자. 그 속에 내 인연이,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감사의 중요성

 당신의 감사를 얼마나 표현하는가. 오늘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달고 살아보자. 감사하게 되면 내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떤 상황이라도 긍정적이게 바꿔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나의 주파수와 부정적 에너지가 변한다. 감사는 일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우며 강력한 방법이다. 습관이 되면 답답한 상황에서도 감사를 선택할 수 있다. 감사할수록 감사할 일이 더 많아진다. 당신이 어떤 일을 겪고 있든 분명히 당신은 헤쳐나갈 것이고 힘든 순간은 지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지 않았나. 그러니까 지금 감사를 찾고 말하자. 우리 인생에는 모든 것이 의미가 있고 경험에는 메시지가 있다. 심리상담가가 이렇게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지민 씨. 결국에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일들이 모여 그림을 이루더라고요." 나는 이 말이 크게 위로가 되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 나는 아픔과 외로움, 상실과 배신을 경험했지만 그래도 감사하기로 했다.


"친구가 나를 손절했지만 괜찮아. 그 에너지를 이제는 나 자신과 남편, 곧 태어날 나의 아이를 위해 쓰면 되잖아. 시간이 많아져서 좋아. 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힘이 된다면 여행도 가야지. 더 이상 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맘 졸이지 말아야지. 다투고 화해하는데 쓰던 감정소비를 멈추고 새로운 사람들을 더 알아가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 소통하는데 힘써야지."


"맞아. 여긴 나와 맞는 곳은 아니지만 지내다 보면 정이 들 수 있고 점점 좋아질 수 있어. 천천히 좋아질수록 더 오래, 더 크게 마음을 두는 법이니까. 오히려 좋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견문이 넓어질 기회야. 나 스스로 더 우뚝 서는 연습을 해야지. 사람들의 존재 유무와 상관없이 나는 나를 위해 일을 하고 하루를 살아갈 수 있어."


"임신을 해서 몸매가 변하고 있지만 괜찮아. 처음 보는 라인이 어색하고 그동안 다이어트한 게 무산되는 것 같지만 괜찮아. 이 기회에 먹고 싶은 것도 실컷 먹고 아이를 위해 공간을 내어주자. 그동안 나를 위해 내 몸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새 생명을 위해 내 몸을 양보하자. 이렇게 희생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아이가 태어나면 더 가뿐히 나를 내어줄 수 있을 거야."


조용한 축하파티

 내가 임신 사실을 알고 실컷 기뻐하지 못했다. 첫 번째는 너무 당황스러웠고 두 번째는 임신을 해보지 않아서 용기가 안 났고 세 번째는 친구를 잃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가 너무 커서 나는 오히려 부정적 감정을 느껴야 했다. 지금 나는 벌써 22주 차 임산부이다. 실컷 기뻐하지 못하고 우울한 채로 3달을 보냈기에 태아에게 미안했다. 심리상담가는 내게 태아를 환영하는 축하를 지금이라도 해보라고 권했다. 조용히 작은 케이크를 준비하거나 나를 위한 조용한 시간을 내어서 진심으로 환영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추천했다.


 "아가야. 엄마가 처음이라서 많이 부족해. 근데 네가 찾아와서 엄마는 얼마나 기쁜지 몰라. 엄마는 너를 위해 많은 걸 내어줄 거야. 네가 사는 이 세상이 얼마나 크고 행복한 일이 많은지 알려줄 거야. 그리고 엄마는 너와 함께 하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어.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해할 거야. 아가야. 우리 가족이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해! 정말 사랑하고 고마워. 엄마는 너에게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나무가 되어주고 싶어. 실수도 많겠지만 그래도 절대 너를 떠나지 않아. 사랑해!"


이 외로움을 끝내는 마지막에 서서

 오늘부로 나는 외로움을 끝내려고 한다. 내게는 아직 소중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우리 남편과 친정과 시댁 식구들, 10년도 넘은 내 친구들, 그 밖에 내 지인들. 한 사람을 잃었다고 해서 나머지를 실망시킬 순 없다. 나는 원치 않는 일을 겪었고 긴 외로움의 터널을 걸어야 했지만, 지금부터 외롭지 않기로 선택한다. 내 행복은 온전히 나의 내면에서 나온다. 나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잘 살 것이며 나라는 사람 이 존재 자체로 가치 있는 존재다. 누군가 외로워한다면 그에게 힘이 될 것이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노력하고 반복할 것이다. 이렇게 글을 써서 당신에게 힘이 될 것이다.


 "나는 외롭지 않고 행복하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고 중요한 사람이다.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다. 나는 지난 과거를 용서했고 더는 후회하지 않는다. 앞에 일이 중요하고 하나씩 해나갈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