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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서제미 Oct 14. 2024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거야

세상에서 가장 귀한 건 너란다

병원대기실 의자에 앉아 아이가 울고 있었다.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쉼 없이 흘러나왔다. 앙다문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무슨 일이냐"


"아니에요."


울고 있는 아이 옆에 앉아 말없이 등을 다독였다. 토닥토닥


한참을 울던 아이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눈에는 미처 흘러내리지 못한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아이는 두 손으로 눈물범벅인 얼굴을 닦다 말고 눈물을 쏟았다.


 말없이 아이의 두 손을 잡고 손바닥을 적신 눈물을 내 손안에 가뒀다.


"나랑 같은 시기에 다친 다른 사람들은 거의 다 나았다는데..."


아이의 말이 끊어진 자리에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그동안 아파도 가족들에게도 티 내지 않고 애써 밝은 척하며 지냈던  것들이  한순간에 터져버렸다. 저수지에 가둬놓은 물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듯 흐르고 또 흘렀다.  


아이를 품에 안고 다독다독하는 거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흐느낌이 심장 속 피가 되어 세포 마디마디에 퍼졌다. 예리하면서도 날카로운 통증이 수레바퀴가 되어 전신을 돌았다.  



너는 너일 뿐 다른 사람이 아니란다.


품에 안겨 한참을 울던 아이가 눈물을 거두고 나를 바라봤다. 눈물이 덜 마른 눈동자는 호수보다 깊었다.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나는 긴 독백을 시작했다.


아이야, 세상에서 제일 귀한 건 너란다.


병명은 같지만,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 듯 회복하는 속도도 다 다르지.


같은 시기, 같은 병을 앓더라도 어떤 사람은 금방 낫기도 하고, 어떤 이는 시간이 더 흐르기도 한단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일 뿐, 네가 아니란다.


세상에서 너는 단 한 사람,  최고로 귀하고 소중한 단 한 사람, 너뿐이란다.


넌 지금 너에 속도로 좋아지고 있는 것이니,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고 있으면 되는 거야.


네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네 안에서 모든 세포들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란다.


그 전쟁에서 이기려면 다른 사람의 모습은 중요하지 않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속상해하고, 스스로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해.


다른 사람과 비교는 너를 늪으로 가게 하는 거란다.  늪은 허우적대면 댈수록 점점 더 깊숙이 빠져들지.


정, 비교를 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이 아닌, 어제의 너와 비교하렴.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지고 있는 너 자신과.


비교대상은 너 자신이지 타인이 아니란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너 자체로 빛나는 별이자 존중받는 존재이니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아파하지 말아라.


너는 너일 뿐, 다른 사람이 아니란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 오를 거야


눈물범벅이었던 아이는 손등으로 얼굴을 닦으며, "Tomorrow is another day"라며 웃었다. 언제 울었냐는 듯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씩씩하게 병원 계단을 내려갔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Tomorrow is another day"라며 스칼렛 오하라가 했던 독백이었다. 레트 버틀러가 떠난 후, 절망 속에서도 내일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강인함과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명대사였다.


"빨리 와요" 라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았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테니,  곧 나을 일만 남았다고"  계단 아래로 사라진 아이의 뒤에 대고 

큰 소리로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추신) 이 글은 현재 투병 중인 지인들과 저에게 하는 독백입니다.  병석에 있는 모든 분들이 하루 빨리 완치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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