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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희 Apr 12. 2024

푸바오야 부러워

나도...

작년 이맘때, 푸바오를 알았다.


처음에는 푸바오를 보며

"우와 귀엽다"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판다영상을 보다가

울컥울컥 하는 순간들이 생겼다.


'내가 왜 이러지, 나 요즘 힘든가?"

나는 푸바오가, 바오가족들이

장난감을 잘 못 가지고 놀더라도,

원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더라도

기다려주시는 사육사님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사무치게 부러웠다.


사람이라면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다른 사람이 움직여주기를 바랄 것이다

(난 안 그래! 하시는 분 정말..? 가슴에 손을 얹어보자)


선물을 준다면

그 선물을 받고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이거나,

잘 사용하기를 바랄 것이고,


내가 뭐 했어!

라는 말 안에는

나에게 관심 가져줘! 무슨 일인지 물어봐줘라던가

위로를 해줘 하는 의도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숨어져 있다.


나는 그런 의도들을 파악을 잘하는 편이다.

그리고 엄마는

그런 의도를 절대 생각하고 말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비언어적인 표현으로서 그런 말을 잘하는 편이다


거기에 다년간의 토론(싸움) 경험으로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왜 저런 표정, 행동인지

엄마를 너무 잘 알게 되어버렸다.


내 일상을 이야기하면

엄마가 그걸 맘에 들어하는지, 안 들어하는지

너무 잘 보인다


"엄마 나 이번에 위스키를 처음 먹어봤어!"

 -신기하지?-

"그래? 누구랑? 어디서 먹었는데? 늦게까지 먹었어?"

"친구랑.."

- 맘에 안 드나..?-

"위스키 그거는 얼마냐?"

"병당 5만 원..?"

- 왜 물어보지? 비싸다고?-

"여자애가 돼서 밤늦게까지 밖에서 술 먹고 다니면 안 돼.

그리고 친구는 뭐 하는 친구인데? 여자야?

술 한 명에 5만 원짜리를 먹냐, 술이 몸에 얼마나 안 좋은데

그리고 너 돈아 낀다면서 그런데 5만 원짜리를 먹어?"


이런 대화가 반복되자

행동을 할 때마다

마음속의 엄마가 나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호시탐탐 나에게 조언을 할 기회를 노리면서


수영을 결제했는데 출석을 못하면

의지가 부족했다고 혼날 거 같았고,

취미를 시작할 때도

이왕이면 명확한 성과가 나오는 자격증 과정으로.

무료를 찾아서.

나에게 안 맞나 싶어서 그만둘 때도

"원래 서희는 잘하는데 금방 그만둬."

라는 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물론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펄쩍 뛴다

엄마가 언제 그랬어.
너는 너 상상으로 엄마를 나쁜 사람 만드니?


항상 말하지만 안다.

엄마는 나를 사랑한다는 걸.

엄마의 입장에서

내가 꽃길만 걸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언을 해준다는 걸.


그렇지만 그런 조언들이

항상 나를 가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해보고 싶은 수많은 호기심들을 누르게,

엄마가 해본 최적의 꽃길을 걷도록.


그리고 그 사랑이

너무 답답했다.


나는

엄마를 온전히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었다.


미운 마음이 들더라도

죄책감이 솟아났다.

그래도 나를 사랑하는데..

내가 못된 사람인가 봐.


사랑하자니

나를 꼭 부여잡고

엄마가 원하는 모습대로 끌고 가는 것 같아

멀어지고 싶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보는 순간

숨이 막혔다.

전화를 받으면

이번엔 어떤 부분을 뭐라고 할까

이번주에 전화 안 했다고 뭐라고 할까?


그래서 나는 바오가족이,

사육사님들의 사랑이 너무 부러웠다.


때로는 잘 걷지 못하더라도,

장난감을 원하는 의도대로 가지고 놀지 않더라도

그럴 수 있지~ 담에는 잘하겠지 하는 믿음이.

판다를 사람의 방식대로 바꾸려고 하지 않고

판생을 존중해 주는 그 모습이 부러웠다.


나도
내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다.


사회가 좋아하지 않는,

때로는 누가 봐도 실패하는 길처럼 보일지라도

그 실패를 내가 스스로 이겨낼 힘이 있고,

그 과정을 내가 즐기고 있으니,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언젠가 더 좋은 경험을 하니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길로 나를 끌고 가기보다는

그저 당신이 키워낸 나를 믿어주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안다.

모든 이들에게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걸.

특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여

바뀔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래서 심리상담을 하면서

오늘도 연습 중이다.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동그라미 사랑을 주는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세모사랑을 걸러내 받는 방법을,

타인이 내 뜻대로 해주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보다

내가 원하는 사랑은 세모라고 알려주고

필터링하는 방법을.


내가 나 그대로 존중받고 싶듯이

타인의 사랑을 존중하는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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