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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Jun 26. 2024

깡통 찬다는 공장 오픈, 이렇게 자리 잡았죠

( 기도 구하기, 그리고 친구 J)

어느 해 설날. 

온 가족이 시골에 내려가 있었다. 

식구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던 짝꿍 H는 전화를 받았다.

“네에 맞습니다.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내가 지금 명절이라 당진시골에 왔는데 어머님댁 싱크대를 하려고! 지금 여기로 와서 견적 좀 내줘!”

“고객님 저도 명절이라 시골에 와 있습니다. 저도 쉬는 날이에요.”

“내가 오늘 밖에 시간이 없는데!”

“저도 오늘은 안 될 것 같습니다.”     

H는 전화를 끊고 말했다.

“자기들은 쉬면서 나는 일만 하라는 거야? 어떻게 자기들만 생각하는지!”

“아빠 왜 이렇게 화를 내며 전화를 받으세요?”

“자기야, 일을 해달라고 전화한 건데 그렇게 짜증 내면 어떡해요? 우리 공장 오픈 했을 때를 잊어버리면 안 돼요!”     


짝꿍 H는 결혼 후 S사 시공기사로 10년쯤 일했다. 전국 친절 기사로 해외 포상 휴가까지 다녀온 친절맨이었다. 아이 둘을 낳았는데도 밑 빠진 물 붓기가 반복되면서 H는 직접 공장을 오픈하고 싶다는 소원을 품었다.

내 짝꿍 H는 그 말을 한참 동안 나에게 말하지 못했다.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집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H가 가슴 저리게 안쓰러웠다.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쯤에 우리의 형편을 잘 아는 K가 먼저 사업을 도와주겠다고 손 내밀었다. 용기를 내서 K에게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보여줬다. 예상과 달리 거절당했다.     

짝꿍 H는 10년의 경력을 밑바탕으로 사업을 계획했다. 6일은 열심히 일하지만 주일은 반드시 예배드리는 게 당연했다. 우리가 의지 했던 K는 요식업을 하기 원했고 주일도 일하기를 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K는 그 무렵 지인에게 큰 금액을 떼였다고 했다.

우리는 많이 당황했다. 아니 상처를 받았다. 왜 그랬을까?


하나님께 전적으로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사람이 당연히 도와 주리라고 믿었던 우리는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우리 마음은 간절히 공장 오픈을 원했으나 손에 잡히는 것이 없어서 두려웠다.

퇴근 후 상기된 표정으로 짝꿍 H는 말했다.     

“자기야! 서울 현장으로 운전하면서 가고 있는데 대형버스에 백 날 기도만 하시겠습니까!’라고 쓰여있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며 기도만 하고 있는 우리 부부가 하나님이 보시기에 많이 답답하셨나 보다. 눈을 감고 요청하는 것만이 기도가 아니다. 구하면서 찾고 두드리는 과정도 기도다!

그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제 삶 속에서는 적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부하는 학생이 ‘시험 잘 보게 해 주세요’ 하면서 공부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취업하게 해 주세요’ 하면서 이력서를 내지 않고 면접 볼 생각을 안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구하지 아니하였으나 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니 너희 기쁨이 충만하리라.”      


이 말씀을 받고 나서부터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안개 걷히듯 사라졌다.

우리 부부는 확신했다. 방법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지만 계속 진행하라는 마음이 들었다.

안산에서 살던 우리는 사업처를 당진으로 결정했다.      


“술 담배도 안 하는데 무슨 사업을 하냐.”

“당진에 아는 지인도 없고, 연고도 없는데 어쩌려고 시작하냐?”

“공장 오픈하면 깡통 차고 나올 수도 있어!”     


여러 가지 걱정들이 들려왔다.

놀라운 것은 그러한 말들로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신 말씀대로 마음이 편안했다.      

소상공 대출을 알아봤다. 문제는 공장과 설비가 다 갖추고 실사 후에야 대출금을 입금해 준다는 것이다!

자금이 없어 대출받는 사람에게 다 갖추고 돈을 받으라니! 경험이 없는 나는 화가 났다.

살고 있는 집을 팔고도 부족했다. 네 식구 살 집도 당진에 있어야 되잖아! 갈수록 태산이다.     


친구 J와 통화하면서 공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고 일상 대화를 나눴다. 

나는 정말 추호도 친구에게 사업자금을 빌려달라는 의도나 뜻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지금 여유돈이 있다면서 그날 바로 통장에 입금을 해줬다. 놀라웠다. 내가 당연히 도움을 주리라 믿었던 K에게는 거절당하고, 생각지도 않은 친구 J를 통해 공장 오픈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소상공 대출을 받아 한 달도 되지 않아 갚았다.     


공장 오픈한 지 13년이 지났다. 

그동안 기도했던 시간들, 주저하며 눈물지었던 순간들, 생각지도 않은 친구의 

따뜻한 마음을 보게 된 기억들을 되새김을 하려고 애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던 시절 내 생일에 친구 J가 나이키 하얀 운동화를 택배로 보냈다.

친구의 마음이 나에게도 닿아서 울컥해져 상자를 열어보니 하얀 봉투가 있었다.

하얀 운동화를 10년이 넘도록 품고 있다가 어느 따뜻한 봄날 친구 J에게 운동화를 사진 찍어 보냈다. 그때 네 마음 내 마음에 고이 간직하겠다고.     


무엇보다도 내 생각, 내 경험들보다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법들이 신비로움을 뒤돌아 본다.

진상 고객을 만나고 때로는 억울하기조차 한 일을 당할 때에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기도를 하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미련함을 다시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한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보이는 사람을 더 의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두 손을 모은다. 시간 속에서 우리 부부를 성장시키는 그분의 큰 그림을 다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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