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와 Mar 13. 2024

스물아홉

내 자리는 어디에 있나요?


늦은 졸업을 하고 몇 가지 아픈 사건들을 갑작스러운 태풍처럼 거쳤다. 이후 무인양품에서 일하며 돈을 모아 지난해 가을, 꼭 도피하듯 삿포로에서 한 달간 머물렀다.


삿포로 거리
자리가 있는 주차장

삿포로는 그렇다 치고, 애인이 살고 있는 도심 외곽 이시카리의 사람들이 조용하고 무던하게 자신의 삶을 가장 보통의 존재로 살길 위시하며 영위하고 있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그 이후, 그렇다면 나는 어떤 방향에 영점을 맞추며 살아야 어지러운 현대의 미로를 능숙히 간파하고 나뿐만 아닌 가족과 내 주변의 사람들 까지도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내가 20대를 걷고 뛰어오며 만든 경험이라는 행성들이 어떤 이름으로 궤적을 형성한 행성계로 존재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글쓰기와 사진

영상 프로듀싱

다방면에 걸친 문화에 대한 지적 욕구

미술 학사, 미디어 아티스트 경력

매거진 출판, 에디터, 칼럼니스트 경험


라이프/예술 분야 전문 기자, 에디터 되기

내가 제작한 콘텐츠가 세상에 유효한 질문을 던지던 것이 삶의 기억 중에 가장 뿌듯하게 차지하고 있다. 과거의 기억을 거슬러 봤을 때 ‘콘텐츠 에디터’, ‘칼럼니스트’라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지난 시간의 특징이었다. 에디터 직무를 포함해 마케터 분야까지 여러 기업에 지원을 해보며 결과를 엑셀화 해 본 결과 글, 사진, 영상(디지털 미디어) 활용 에디터가 어릴 적 꿈과도 연결되어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일상의 방식에 사고의 전환을 이끌고 창의적인 대안책을 내놓을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 분야와 전공이었던 미술 분야를 융합해 그 일을 해낸다면 여기서 발휘할 잠재력에 기대해 볼 수 있겠다고 여겼다.


하지만 여태껏 콘텐츠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관련 기술들을 연마해 왔다고 해도 나를 골라 주는 기업은 아직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과는 별개로 냉정한 취업시장에서의 나는 아직 사포질 해야 할 부스러기가 많은 사람임을 보여주는 결과일 것이다.


가진 것을 적극 활용해서 없으면 안 될 세상의 톱니바퀴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과거나 지금이나 언제나 한결같다. 톱니바퀴가 되고자 하는 목표는 내가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지구를 만들어 낸 빙하기가 아닌 가랑비처럼 스며들어 소소한 장치들을 제시하는 것에 목표로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돈을 위해 꿈을 추적하기보다 매우 일상적인 신념과 가치를 밀도 있게 사유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력'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세상은 나에게 자꾸 확인시키려고 해도 나는 나름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나만의 증거물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 증거물은 분명 내가 타인에게 받았듯 새로운 물결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취업, 그리고 나의 가치를 실현시킬 ‘자리’라는 안락한 배경을 당장의 목표로 가지는 것은 내가 혼자서는 알 수 없는 선배들의 가르침과 더욱 낮은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 많이 혼나고 좌절할 일, 그리고 그것으로 도약해 수영하게 될 큰 바다를 기약하고 있다.


외딴섬에서 육지를 보는 일은 단지 관찰자에 불과하다. 언젠간 저 멀리 있는 육지에서 내가 치열하게 만들어 온 고민들이 해결되고 실현될 수 있길 기도해 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