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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 태백 Mar 20. 2024

구문소 마을에서 사는 영우네 가족 한 달 살이 엿보기

태백의 봄은 늦게 온다. 겨울은 다른 곳 보다 길다. 3월이 되었다. 진눈깨비가 날리는 날이 늘어날수록 마음도 우울해진다. 다행스럽게 남쪽에서 매화꽃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우수 경칩이 지나고 새 학기도 시작되었다. 구문소 마을에서도 봄을 준비한다. 주변도 정리도 하고 체험도 준비한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한 달 살이 하는 가족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농촌 한 달 살이는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농촌지역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하면서 농사짓고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해 보는 것이다. 도시 사람들이나 귀농 귀촌을 하고 싶은 분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정년을 은퇴하고 한 달 살이를 하는 분들도 있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전원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책과 명상을 위해 오기도 한다.

 

‘한 달 살이 할 수 있나요?’ 전화 문의가 왔다. 목소리가 젊어 보인다. 약간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있나요?’ 물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큰아이가 있다고 한다. 학교는 어떻게 하고 올까? 궁금하기도 하다. 여기저기 시골살이 체험하는 곳 찾다가 구문소 마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궁이에 불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숙박 안내에 아궁이 불때기 체험과 숙박을 올린 것을 본 것이다. 아궁이가 붙은 황토 방에 한 달 살이 예약을 했다

 

봄이 천천히 걸어오는 날이다. 영우네 가족들이 구문소 오복의 문을 들어섰다. 구문소 한 달 살이에 정말 온 가족이 왔다. 걸음마 하는 아이를 안고 있다. 큰아이는 학교에 현장학습을 신청을 내고 왔다. 아궁이가 있는 황토방 방으로 안내했다. 지붕은 너와집이다. 신기하듯이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먼 여행으로 힘들 것 같은데 아이들은 넓은 마당을 자유롭게 뛰어논다. 어릴 때 모습을 보는 듯 신기하다. 마을에서 아이들 웃음소리 듣기도 어려운데 웃음소리가 예쁘다.

 

3월 꽃샘추위가 시샘한다. 일기예보에 눈 소식이 전해온다. 영우네 가족들은 신이 났다. 아이들은 흰 눈이 정말 오는지 물어본다. 아이들의 해맑은 눈동자에 눈이 내리고 있다. 다음날 아침이다. 정말 눈이 내렸다. 봄눈이지만 양이 많다. 이른 시간이다. 아직 꿈속에서 있겠지 싶다, 눈이 왔다고 알려줘야지 생각하니 마음이 급하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언제부터 눈 장난을 하고 있었는지 아이들 양볼이 빨갛게 얼어 있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신바람이 났다. 커다란 눈사람을 온 가족들이 함께 만들고 있다, 겨울 왕국에 행복한 가족들이 있었다. 

 

며칠이 지났다. 아궁이에 넣을 나무를 하러 간다고 한다. 눈은 녹았지만 땔감을 구하는 것은 싶지 않다. 구석에 세워두었던 수레에 막내를 태우고 양지쪽 숲속으로 간다. 봄 햇살이 따뜻한 봄날이다. 오후가 되었다. 황토방 굴뚝에서 연기가 흰머리를 풀고 올라간다. 아궁이에는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온 가족들이 아궁이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구해온 땔감으로 불 멍들 한다. 고등어를 굽고 있다. 구워 먹으려고 준비해둔 모양이다. 슟불에 지글지글 기름 소리가 요란하다. 맛있는 저녁 만찬이 준비되고 있다. 아궁이 앞에 온 가족들이 둘러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해가 길어지기 시작한다. 봄 햇살도 따뜻하다. 들판에 달래 냉이를 캐는 어르신들의 손길도 바빠진다. 영우네 가족의 한 달 살 이도 끝이 났다. 오복의 문 구문소가 새겨진 마을 입구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영우네 가족들 모두 안아 주었다. 모두가 아쉬운 표정들이다. 멀리까지 떠나는 차를 보면서 손을 흔든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마을에서 살고 간 한 달 동안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보냈던 시간들이 오래오래 기억되었으면 한다. 새봄이 되고 마을 일을 시작하면서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주민들도 재미있고 잘 사는 농촌이 되고 도시민들은 행복한 마을 주민과 자연환경을 보며 다시 찾고 머무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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