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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미학 Mar 22. 2024

공감이라는 두 글자!

감동의 여정으로 가는 비밀스러운 열쇠

직장 생활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정신없이 살아오면서 우연히 직장 내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었다. 작년 일 년 동안 동아리 활동에 푹 빠져 바쁜 시간 쪼개가며 열심히 활동했는데, 내가 살고 있는 목포가 간직하고 있는 근대역사의 상징적인 장소를 방문하여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서로의 느낌을 나누며, 그곳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찾아보자는 취지의 활동이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은 한 장소에 대한 서사와 함께 공감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가을 햇살이 유난히 따갑던 9월에 시화마을 탐방을 갔었다. 어촌의 아련한 풍경이 간직되어 있는 

고요한 마을에서 삐그덕 거리는 낡은 대문을 열고 나오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나도 모르게 

섬마을에서 평생을 사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졌다. 좁은 골목길 사이 집집마다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로 물들어 있는 시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가난한 형편에 억척같이 살아야 했던 우리 어머니의 

삶과 다르지 않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7남매 중 맏이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동생들을 돌봐야 

했고, 결혼 후 아이를 낳자마자 남편을 군대에 보내고 고된 시집살이를 해야 했던 어머니의 젊은 시절 

모습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다. 이러한 나의 감정을 회원들과 빨리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항상 역사를 담고 있는 현장을 다녀와서 서로의 느낌을 나누고 감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왔다. 나는 

이 시간이 항상 설레고 떨리며 기대가 되었다. 나의 감정이 다른 이들과 공감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내가 놓친 부분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하며,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서로의 느낌을 나누기 위해 어느 대형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높은 천장과 바다가 

보이는 널찍한 공간이 있었고 이곳을 가득 채우려는 듯 세차게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심장을 둥둥 

울리는 음악 소리를 벗 삼아 우리들의 느낌 나누기도 시작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느낌을 표현한 글을 읽어보는 나눔의 장이 펼쳐졌다. 공감의 두근거림과 함께 

내 차례가 온다는 두근거림이 듀엣을 이뤘다. 특히 이번 달 모임에서 나는 작가라는 역할로 회원들의 

글을 잘 정리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 더욱더 그랬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이번 장소에서의 

느낌은 여느 다른 장소와는 사뭇 달랐다. 어디를 가든 그곳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내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상상하거나 느낀 점을 글로 써왔지만, 이번은 나의 어머니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전달이 될지 긴장이 되었다. 한 줄 한 줄 써놓은 글을 

차분히 읽어나가는데 목구멍에서 빨간 불길이 솟구쳐 나오는 듯 목이 메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지난겨울 하얀 눈이 펑펑 내리던 날 마지막 가시는 길 어머니께 꽃버선을 신겨드리던 그날이 

떠올랐다. 평생을 아픈 몸으로 고단하게 사셨던 어머니는 그렇게 평생 떠나지 못했던 섬마을이 

꽃자리였는데 그곳에 모시지 못하고 꽃 관에 누일 때, 그 자리가 편안하게 쉴 꽃자리가 되었으면 했던 

마음이 고스란히 내가 쓴 글에서 느껴지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와 멈추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이

 눈치채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잠시 숨을 고르고 울먹이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마침내 마칠 

수 있었다. 그 카페의 세찬 음악 소리가 없었다면 모두에게 들켰을 것이다.


처음 동아리를 시작했을 때 내 속에 꼭꼭 숨겨져 있던 감정들을 실타래처럼 풀어 회원들과 함께 나누고 공유하게 될지 상상도 못 했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와 육아에 지쳐 메마른 장작같이 되어 가던 내 삶에 이렇게 풍성한 감성이란 샘물의 단맛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 올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바였다. 모임을 하면 할수록 목포 근대역사·문화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지식에 회원들의 감정과 느낌을 덧입힐수록 그 시대와 그 인물들에 대한 감정이입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민족애가 강한 사람이 되고 의협심이 강해지고 때론 너무 순수한 순백의 마음 상태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모임에서 방문했던 곳은 예전에 한 번쯤 다 가봤던 곳이었는데, 그때는 전혀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 이번에 이렇게 다를 수도 있는 건가 하는 의아심도 생겼다. 아는 만큼 보이고 내가 더 깊이 생각하고 공감할수록 더욱 강해지며 그러한 마음을 감정에 호소하는 글로 표현하다 보면 진정으로 알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1년 이라는 시간이 목포 근대역사·문화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데는 짧은 기간이지만 나의 마음에 감성의 골을 내는 데는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내 가슴 깊숙한 곳에 알알이 박혀 빛나는 진주알이 된 감성의 조각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공감이라는 단어가 눈물을 주었고, 언어를 너머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도구가 된 시간들이었다. 공감을 

통해 우리 각자의 마음이 채워지고 더 깊은 이해를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공감’이라는 것이 여러분들에게도 여러분들만의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주었으면 좋겠다. 감동의 

여정으로 안내하는 비밀스러운 열쇠가 바로 공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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