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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얀 Jun 18. 2024

문고리

2인극영화제 대본

문고리_이원길作 22,may


무대 중앙 문고리 주변에 사람들의 해골이 잔뜩 쌓여 있다. 해골 하나가 문고리를 붙잡고 죽어있고, 무대 중앙 상단엔 산소포화도를 나타내는 바가 표시되어 있다. 일단의 모험가로 보이는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손전등만 키고 들어온다.




1. 산소 분량 80%


모험가1: 으미,, 뭔 해골이 이렇게 ..


모험가2: 이제 거의 다 온거니, 마음 단단히 잡으라고


모험가1: 흐미, 이제 마지막 고비인데 뭔 부비트랩 같은 건 없는겨?


모험가2: 응, 일단 당장 뭐가 눈에 띄는 건 없는 거 같은데 잠깐만 (부시럭 거리며 지도를 펼친다)

모험가1: 뭐셔, 뭐라고 써 있는가?


모험가2: (지도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하…. 이 부분이 지워졌어… 아까 잠수하다가 물에 잉크가 번

진 것 같아


모험가1: 아~~~!!! 저 문만 통과하면 일확천금이 있는데 (잠깐 뜸 들이다) 그냥 엽시다!


모험가2: 안돼! (문고리를 붙잡고 죽은 해골을 보고) 이 해골을 보게, 틀림없이 문에 뭔가 장치가

있는 거야  


모험가1: 그…그런가?


모험가2: 신중해야 하네!!! 여기까지와서 개죽음 당할 순 없지 않는가!!!


모험가1: 그… 그래!! 우리에게 지금 아무 단서가 없어 찬찬히 살펴보자고 주변 상황들을 일단 문고리에 뭔가가 있다는 거니까 이 문을 열려면 저 문고리에 뭔가가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 같아


모험가2 : 자…. 잠깐!!


모험가1: 왜그러는가?


모험가2: 저기 저 해골을 보게


모험가1: 응?


모험가2: 해골에 구멍이 나 있지 않은가?


모험가1: 오… 그… 그렇구만


모험가2: 내가 군 시절에 군의관으로 일할 때 머리 관통상을 당한 병사를 치료했던 적이 있었다네


모험가1: 아니, 자네 의사였는가? 근데 뭐하러 이런 위험천만한 모험에 따라나선게야


모험가2: …뭐…내가 의료사고만 일으키지 않았어도 (잠시 뜸을 들이다) 뒤이어 병원 개원만 망하지 않았어도 (잠시 뜸을 들이다) 그 간호사만 안 건드렸어도 (잠시 뜸을 들이다) 다시 또 의료사고만 일으키지 않았아도…


모험가1 : 됐네 됐어…. 더 말하지 말게… 자네 인생도 알만하구만


모험가2: 아무튼 이 해골의 균열은 관통상이 분명하네


모험가1 : 관통상이면 총이 있었단 얘긴데 …….


모험가2 : 맞아, 이건 관통상이 분명해… 아마도 이 두 사람은 서로 싸움을 벌이다가 죽은 걸께야


모험가1: 아니, 그럼 뭘 망설이는가 얼른 이 문을 열고 황금을 차지하고 이 지긋지긋한 모험을 끝

내자고 도대체 이 지하에서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겐가? 산소가 점점 줄고 있다고


모험가2 : 좋아! 그럼 우리 이 모험을 이제 끝내자고! (마치 본인이 문을 열 것 같이 굴지만 문앞

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모험가 1, 2의 눈치를 살피다)


모험가1 : 아니, 왜 문을 열지 않는겐가?


모험가2 : 흠… 무… 문은 내가 연다고 하지 않았네!


모험가1 : 아니, 총상임을 확신한다며


모험가2 : 그….그건 화… 확신하네만 초… 총이 없지 않은가


모험가1: 총?


모험가2 : 그…그래 총!! 총이 아직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네


모험가1 : 아니 총상이라면서


모홈가2 : 그…. 그건 확실하네 !


모험가1 : 아니, 그럼 총이 있고 없고가 뭐 중요한가 어서 문을 열게나


모험가2 : (잠깐 안절부절하다가) 아… 안되네!! 총이 없어


모험가1 : (답답해하다가) 아이고 이 사람 정말 … 그냥 내가 열겠네…


(긴장감이 흐르는 BGM, 문앞에 조금씩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험가1, 곧 문 손잡이를 잡으려는 찰라)


모험가2 : 자…잠깐~!!!!!!! “(모험가1 화들짝 놀라 주저앉는다)


모험가1 : 아,,, 아니 대체 왜 그러는가…


모험가2 : 초….총을 찾아보면 어떻겠는가


모험가1 : 총을 찾아??


모험가2: 그래 그러지 말고, 우리 확실하게 하고 저 문을 열어보자고 여기 주변에서 총을 찾아보

시게나, 만에 하나 자네가 저 문을 열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나…. 호..혼자서는 여

기서 살아나갈 수가 없을 것 같네


모험가1 : 하아… 거참… 그.. 그럼 총을 한번 찾아보시게나

(BGM이 흘러나오고 두 사람은 조심히 문 주변을 한참 살피기 시작 한다. 모험가 2가 순간 뭔가를 발견한듯 서둘러 옷 품에 몰래 감춘다. 그때 시계가 재깍거리는 효과음이 크게 부각되어 들리기 시작, 무대 상단

스테이지의 산소 레벨이 60%로 떨어진다)




2. 산소분량 60%


모험가1: (갑자기 털썩 주저 앉으며) 아우,,, 난 이제 더 이상 못 찾겠네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모험가2: (품에 손을 넣은 채 모험가 1의 눈치를 심하게 보며) 그…. 그러네… 이…이상 찾는 건 무

리인 것 같네


모험가1: 이렇게 찾아도 총이 없는 거 보면 총이 없는 거 아닌가?


모험가2 : (품에서 손을 못 꺼내고 계속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말을 더듬으면서) 아…아무래도…. 그런거 같네


모험가1: (2의 상태를 좀 보면서) 자네,, 뭐 어디 급한가?


모험가2: 어험험험… 아… 아닐세..


모험가1: 아니, 근데 왜 아까부터 그렇게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그렇게 땀을 흘리는 겐가?


모험가2: 여.. 여기가 더워서 그렇다네


모험가1:(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자네.. 뭐 숨기는 거 있지? 그 품속에 감춘 게 뭔가?


모험가2: (목소리가 커지며. 하지만 여전히 더듬덴다) 아…. 아닐세!!


모험가1 : 흠… 내가 자네를 몰라? 뭐 숨기면 말 버벅대는 거 한두번 봤는가?


모험가2: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 심호흡을 하더니 1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천천히 또박 또박 말한다) 거. 짓. 말. 아. 니. 거. 드…..드드드든요


모험가1 : (확신에 찬 눈으로) 후후후, 내 이럴줄 알았어 .. 뭐야… 솔직히 말해보게 뭘 숨겼는가?


모험가2 : 아…. 아니… 그게… 초… 총상이 아… 아닌 거 같네.


모험가1: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총상이라며?


모험가2 : 그.. 그게 아닌거 같단 말이네


모험가1: 아니, 어떻게?

(1을 피해 1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2, 긴장된 BGM 흘러나오기 시작, 1이 다가가면 2가 멀어지고를

반복하며 무대를 돈다.)


모험가2: 더.. 더 이상 다가오지 말게!!!! 자… 자네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네!!!


모험가1: 실망은 무슨 실망… 왜.. 이제와서 저 황금이 탐이 나는겐가? 혼자 독차지하려고?

그렇게 하시게나 어서 그 품에 감춰둔 총으로 나도 저 해골빡처럼 머리에 관통상을 내보

라고!


모험가2 : 총은 무슨 총.. 아까, 이… 이걸 발견했네 (마치 총품속에서 피가 묻은 고드름 같이 생긴

돌덩이를 꺼낸다)


모험가1 : 아니, 이게 뭔가?


모험가2: 여기, 이 핏자국을 보게 저 해골 구멍이 이 종류석 때문에 생긴거더라고


모험가1 : (허탈하다는듯) 총상이라며? (모험가2 말이 없이 다른 곳을 쳐다본다) 군의관때 봤다며? (2는 더욱더 위축되서 딴청을 피운다) 분명하다며!!!!! (화들짝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는 2)


모험가2 : 아……. 구..군의관은 맞는데 군견들을 ..


모험가1 : (한숨을 내쉬면서… ) 후…. 군견?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개새끼들?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2를 쳐다보다 문쪽으로 손가락을 가르치며) 문열어. (모험가2 안절부절 못한다) 문열어!!! (모험가2 계속 1을 피해 또 딴청을 피우면) 문 안열어!!!! (다시 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무릎꿇고 싹싹비는 2)


모험가2 : 아유… … ,.자..잘못했네… 한번만 봐주게 응? 이번 한번만 좀 봐줘…. 난 처자식과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라네


모험가1 : (한심하다는듯) 여자친구?


모험가2 : 그… 그렇다네..


모험가1: 그때 그 간호사? (고개를 주억거린다) 아직 정리 안했어? (또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중얼거린다)


모험가2: 몸매가 아주…. (소리를 빽 지르는 1)


모험가1 : 열어! 안 열어? 아주 그냥 내가 너 죽이고 너 손모가지를 잘라서라도 저걸 연다. 아주 그냥… (무대 위에서 쫓고 쫓기는 상황이 이어지고. 그때 또다시 들리는 시계 촛침소리 효과음과 함께 산소분량이 어느새 40%를 가르킨다)




3. 산소분량 40% ~ 20%


모험가1과 2 서로 무대 양편에 헉헉대며 앉아 있다.


모험가 1 : 야, 너 문 빨리 안 열어?


모험가 2 : 아.. 안 열껀데요.


모험가 1 : 빨리 문을 열어야 여기서 나가지!!! 이러다 우리 다 죽어!!! 산소가 얼마 안 남았다고


모험가 2 : 그럼,,, 형님이 열면 되쟎아요.


모험가 1 : 아니 언제부터 너가 내 형이어냐?


모험가 2 : 생일 빠르시쟎아요. 그러면 형님이죠


모험가 1 : 야, 너 빠른 생이었어? 아놔…. 진짜


모험가 2 : (뭔가 생각이 난듯) 우리, 그러지 말고 저 문에 뭔 장치가 있는지 몇가지 테스트를 좀 해봅시다.


모험가 1: 테스트?

(맥가이버 BGM이 나오기 시작)


모험가 2 :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늘 말씀하셨죠. 얘야, 모든 문고리는 나름의 복잡한 체계를 갖추

고 있고, 세계에서 제일 비싼 금고는 칼 라거팰트의 시계금고로 금고 자체 가격만 30

억이 넘지만 어차피 모든 문은 오른쪽으로 돌리야 열리는 거란다. (1, 2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듣다 말고 맥이 풀려서)


모험가 1 : 그.. 그걸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고?


모험가 2 : (끄덕 끄덕)


모험가 1 : 할아버지 뭐하셨는데?


모험가 2 : 우리 하… 할아버지… 시…식당…


모험가 1 : 식당?


모험가 2 : 사철탕집…..


모험가 1 : 멍멍이 탕?


모험가 2 : (끄덕끄덕)


모험가 1 : 테스트고 뭐고 열어! 당장 안 열어!!!! (품에서 총을 꺼낸다, 순간 긴장감이 넘치는 BGM

흘러나오고, 1 대사를 이어간다) 미안하지만 아까 그 사람, 총상이 맞았어.. 후후후 내가

총을 찾았었지, 하여간에 의사 새끼들은 하나같이 사기꾼들이라니까. 너가 선택할건 둘

중의 하나야 그 문을 열던가, 내 총에 맞아 죽던가  


모험가 2 : (조금씩 1의 협박과 기세에 떠밀려 문 앞으로 다가간다. 순간 다시 시작된 촛침소리와

함께 산소 분량은 어느새 20%를 가르키고, 모험가 2가 소리를 지르며 드디어 문 손잡

이를 잡는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으아아아악!!!!!!


(서로 마주보는 1과 2)



모험가 1: 뭐야? 아무 일도 없쟎아? 얼른 열어!!


모험가 2: (어느새 얼굴이 풀려서는) 저, 근데 형님, 이 문 열어도 저 안 쏘실꺼죠?


모험가 1: 시끄러워, 빨리 열기나 해


모험가 2: (열심히 밀기도하고 당겨도 보지만 꿈쩍하지 않는 문) 헉헉…아… 안열려요.


모험가 1: 뭐?


모험가 2: 아…. 안 열린다구요.


모험가 1 : 이게 어디서 수작을 부려! 어서 열어!


모험가 2 : (다시 한번 힘을 써보지만 소용이 없다)


모험가 1 : (나와봐, 2를 물러서게 하고, 총을 쏜다.) 탕탕! (하지만 꿈쩍 앉는 문, 한쪽 구석에서 귀

를 막고 있는 2, 이어서 문을 발로 차고 스스로도 밀고 당겨 보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 사이에 다시 재깍 재깍 하는 촛침소리와 함께 산소 분량은 10%로 떨어진

다)





4. 산소분량 10% ~ 5%


모험가 1 : (관객을 향해 돌아서 절규하며)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 내가 무슨 수모와 고

생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순 없

다고!!!!!


모험가 2 : (그런 1에게 몰래 다가가 아까 그 피묻은 돌덩이로 내리친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모험가 1) 죽어, 죽어, 그냥 여기서 죽으라고. 이게 어디서 뒷통수를 까, 뒷통수를 까긴




모험가 1 : (지쳐서 헐떡 댄다. 그때 다시 시계 촛침 소리가 나오고 산소 분량은 어느새 5%까지

떨어진다. 심하게 헐떡이기 시작하는 모험가 1) 이제… 저 문만 … 저 문만 열면 되는데

대체 저 문은 어떻게 열어야 하는 거지?


(조명 out, BGM)




5. 에필로그


(조명 in, 새들이 지저귀는 효과음, 바람소리등 숲속에 있는 효과음이 나오고, 두 사람의 Voice만 울려퍼진다)


모험가 2 : 황금을 얻으면 뭐부터 제일 하고 싶나?


모험가 1 : 우리 아들,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유학 보내주고, 우리 딸 하고 싶은 춤도 맘껏 추게

해줘야지, 그리고 큰 집을 하나 지어, 큰놈 작은놈 어디서든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터

전을 하나 만들어 두고 싶네


모험가 2 : 자네 그거 아는가? 우리 어릴 적에 보물 찾기 할 때 말이야, 다들 가장 큰 보물은 어

려운 곳에 숨겨져 있을 걸로 생각해서 온갖 곳을 다 뒤지는데 늘 마지막에 보면 제일

큰 보물은 늘 아무렇지 않은 곳에 숨겨져 있었단 말일세. 너무 평범하고 뻔해서 아무

도 숨길 것 같지 않은 곳에 말야. 마치 세상에 누가 이런 곳에 보물을 숨겨? 라고 할

것 같은 곳에 말야  


모험가 1 : 허허, 그래서 자네는 늘 그런 곳에서 가장 큰 보물들을 발견했는가?


모험가 2 : 내가 선생님의 그런 패턴을 알게 된 후엔 이미 보물찾기 같은 놀이를 하지 않을 나이

가 됐지……. 뭐, 물론 보물찾기 같은 걸 재밌어 하지 않을 나이가 됐기도 하고 말이야.

내가 만일 그때로 돌아간다면 꼭 한번 다시 해보고 싶어… 그러면 난 다른 아이들과

달리 가장 먼저 가장 큰 보물을 발견한 사람이 됐을 꺼라고  


모험가 1 : 거, 애 같은 소리 그만하고 우리 진짜 보물을 찾아 가는 길이나 서두릅시다. 거, 쫌 빨

리 걸어 조금 있음 해가 진다고 (서둘러 걷는 발걸음 소리)


모험가 2 : 이봐 이봐, 근데 그곳에 진짜 보물이 있긴 한겐가?


모험가 1 : (멀리서 들리는 소리) 어서 뛰게나, 저 고개만 넘어가면 될 것 같네. 어서 뛰게나~!!


(엔딩 BGM)

(조명 서서히 들어오고, 무대 중앙에 문을 통해 모험가 1,2 등장해 마지막 커튼콜)







Ps. 전 출연하지 않았어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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