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언제가 좋을까.."
작은 원룸 방 안,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아 한 손에 탁상달력을 들고 다른 손엔 볼펜을 쥔 채 중얼거렸다.
연말까지는 채 다섯 장도 남지 않았지만 그녀는 연신 달력페이지를 넘기고 되돌리며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이내 결심한 듯 달력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11월 페이지를 잡고 볼펜을 쥔 손을 움직였다.
"이 날이 좋겠다."
그녀는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짧게 무언가 적고 침대 옆 책상 위에 달력을 올려두었다.
11월 11일에 동그라미가 쳐진 달력은 작게 시한부라고 적혀있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입가에 미소를 짓고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멋지다, 장하나."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애써 미소 지으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