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부터 우리 집 주방은 분주하다. 두 사람이 움직이면 꼭 동선이 겹치는 작은 주방에서 한 시간 남짓 짧은 시간 내에 무언가가 만들어진다. 커피를 좋아하는 남편은 출근 전에 아무리 바빠도 직접 커피를 내리고 나는 그런 남편의 점심으로 달걀 샌드위치를 만든다.
결혼 10개월 차에 접어든 내가 처음부터 이랬냐 하면 아니다. 결혼 전부터 커피를 좋아했던 남편은 결혼 후에도 커피콩을 갈고 드리퍼에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리는 번거로운 과정을 빠르게 하는 반면, 나는 아침을 만들거나 도시락을 싸는 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게다가 나는 아침형 인간도 아니다. 출근이 빠른 남편을 따라 눈을 뜨는 것만도 벅차다.(현재진행형)남편이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나서 사서 먹으면 편할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니. 내게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는 기시감이 든다.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 출근하실 때 잠시 화장실에 가려고 방에서 나오면 엄마는 꼭 앞치마를 두르고 계셨고뭔가를 뚝딱뚝딱 만드시더니 출근하시는 아빠 손에 들려주셨다. 작고 귀여운 도시락. 그 속에는 영양을 갖춘 음식들이 있었다. 콩밥과 메추리알, 우엉, 불고기... 식으면 맛도 없을 것들을 정성스럽게도 하셨다. 마치 그 일을꼭 해내야 하는 사람처럼.
'과연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게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던 내 몸에도 엄마의 DNA가 있었다. 달걀 샌드위치를 만들어 남편 손에 들려 보내면 왠지 오늘 하루는 잘 보낼 것 같은데!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이 행동에는 며칠 전에 남편이 보낸 카톡도한몫했을 것이다.
'샌드위치 맛있다. 매일 먹어도 안 질리겠어'
생각해 보면 언젠가 아빠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엄마 덕분에 아빠가 이렇게 건강한 거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는고마움을 겉으로 표현하는 순간, 누군가에게크게만생각되던 행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나비 효과가 일어난다. 당신이 줄 수 있는 작지만 가장 큰 것은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다. 그것을 상대에게 주는 것은 결국 당신에게 가장 이로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