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차이

  좋은 상태와 나쁜 상태 두 가지를 가정합니다. 일반적으로 한 상태에 계속 머무르는 경우는 없습니다. 속도와 범위의 차이지 특정 상태가 지속되면 변화는 시작되고 서서히 다른 상태로 옮겨갑니다. 만물은 변화라는 기본값을 가집니다. 변화 없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상태가 변할 때는 기본적으로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번에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물론 보이는 것이 갑작스러워 보일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보이는 변화까지의 과정이 없지 않습니다. 보이는 변화 이전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징후가 있고 이런 것들이 합쳐져 변화를 만들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나쁜 상태에서 좋은 상태로 변하는 속도보다 좋은 상태에서 나쁜 상태로 변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변화의 속도 차이를 건강, 관계, 주식시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건강한 상태에서 건강이 나빠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생활습관병인 고혈압이 발견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혈압의 원인이 된 생활습관은 좋지 않은 습관이지만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는 생활입니다. 음주, 간식, 인스턴트 음식, 바쁜 일상, 운동부족 등이 계속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혈관에 노폐물이 쌓입니다.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집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혈액을 멀리까지 공급하려니 자연스럽게 혈압이 높아지게 됩니다. 혈관이 장기간의 압력으로 긴장된 상태라 이완시에도 혈압이 어느 정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됩니다. 병원에서 전고혈압 또는 고혈압을 진단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실제로 혈압이 서서히 상승하는 시기에는 집중하여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고혈압을 진단받기 전까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건강검진이나 우연한 기회에 병원에서 고혈압을 진단받는 경우다 보니 갑자기 고혈압이 생긴 것으로 생각합니다.      

  생활습관 개선과 약을 처방받고 혈압을 정상상태로 돌리려고 노력합니다. 노력에는 생활을 정상으로 돌리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이 부분은 지금까지의 생활에 역행하는 것이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 않던 생활이라 힘듭니다. 생활습관을 정상으로 돌리려는 과정이 힘들기에 고혈압인 상태에서 정상으로 돌리는 과정이 길다고 느낍니다.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어느 정도 혈압은 떨어지지만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약물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수치를 낮추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혈압이 오르고 약의 개수는 늘어납니다. 근본적인 해결은 생활습관 개선인데 이 부분은 몸과 뇌가 싫어하는 행동을 포함하고 있고 기존의 안 좋은 습관과 싸워야 하기에 쉽지 않습니다.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과 건강이 회복되는 것의 과정은 둘 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지만 안 좋아질 때는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발병을 확인하면 갑작스러운 것 같습니다. 회복하기 위해서는 생활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기존 생활에 역행하기에 시간이 느린 것처럼 보입니다. 건강에서도 병에 걸리는 것은 빠른 것 같고, 회복하는 과정은 느린 것 같습니다. 이는 인식의 차이지 물리적인 시간의 차이는 아닙니다.     

  관계에서는 어떨까요? 남녀가 연인으로 발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서로 알아가는 시간도 필요하고 마음을 사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실행해 봅니다. 모르는 사이에서 사랑하는 사이로의 진전은 지금까지의 자신을 상대에게 어느 정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렇기에 사랑하는 사이까지의 시간은 오래 걸리는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관계가 틀어져 버리고 사랑이 식어 헤어지는 시간이 찾아보면 급속도로 진행됩니다. 만들어지는 것과 깨지는 것은 시간차가 있습니다. 만들어지는 것은 하나의 중심에 서서히, 조금씩 붙어가며 모양을 키웁니다. 만들어지는 과정은 사람들이 인식하기에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깨지는 것은 덩어리에 균열이 생기고 균열이 벌어져 조각으로 분리됩니다. 균열이 생기면 균열은 급속도로 퍼지고 결국은 산산조각으로 분리됩니다. 사실 균열이 생긴 지점부터 빠른 것 같지만 균열이 생기기 전 보이기 전에도 균열의 조짐은 자리하게 됩니다. 이 조짐이 잘 보이지 않기에 균열이 생기고 깨지기까지 속도가 빠른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관계가 좋아지는 것을 선호하고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싫어합니다. 선호하는 관계가 만들어지기까지 애지중지하며 서서히 모양을 키워가기에 느리게 보입니다. 관계가 나빠지면 빠르게 밀어내서 상대를 보려 하지 않기에 속도가 빠른 것처럼 보입니다. 관계에서도 좋아질 때와 나빠질 때의 속도는 비슷하지만 보여지는 것의 차이로 관계가 나빠질 때가 훨씬 빠르게 느껴집니다.     

  주식시장에서 예기치 못한 이유로 장이 급락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상승의 구간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예기치 못한 이유로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지면 주가는 급락하고 이 소식은 빠르게 확산됩니다. 깜짝 놀라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가지고 있는 주식을 서둘러 매도합니다. 투매가 투매를 부르고 주식은 급전직하의 상황을 맞게 됩니다. 뱅크런의 상황과 비슷합니다.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기에는 여유가 없기에 앞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게 됩니다.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습니다. 모두가 던지고 나면 사태를 파악하게 되고 가치보다 가격이 너무 낮아진 상태를 인식한 후 매수세가 붙기 시작합니다. 급락의 이유가 대수롭지 않다(또는 빠른 복구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여러 매수세가 함께 들어오게 됩니다.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지면 사람들은 공포에 질립니다. 멘탈이 무너진 상태이기에 주식가격이 하락할 때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빠르게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다시 상승할 때에는 빠른 복구를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 보고 있기에 더디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복기해 보면 상승도 빨랐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에는 빠른 상승을 느끼지 못합니다. 하락할 때의 공포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이기에 상대적으로 회복구간의 상승은 느리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지면 공포로 인해 더 빨리 떨어지는 것 같고, 빠른 복구를 기대하기에 상승이 더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좋은 것에서 안 좋은 것으로, 안 좋은 것에서 좋은 것으로의 변화 시간은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좋은 것이 안 좋은 것으로 변할 때는 갈구하는 것이 없습니다. 좋은 상태이기에 만족스러운 것이 일반적입니다. 보이는 것은 좋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안 좋은 조짐이 커갑니다. 이 부분은 잘 보이지 않다가 좋지 않은 상태가 돼서야 알게 됩니다. 그래서 좋은 상태에서 안 좋은 상태로 바로 변한 것 같고 그 과정이 짧다고 생각합니다.      

  안 좋은 것에서 좋은 것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습니다. 안 좋은 상태에서 상황을 좋게 하려면 기존의 안 좋은 상태를 개선해야 합니다. 지금 상태가 안 좋기에 힘든 시간입니다. 힘든 상태에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더 힘듭니다. 이는 손수레를 끌고 언덕길을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발을 뗄 때마다 힘들고 지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우리는 이 시간이 길게 느껴집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비슷하다고 해도 힘들 때의 시간과 기쁠 때의 시간은 체감속도가 다릅니다. 우리는 안 좋은 것을 좋게 하는 일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힘을 길러야 합니다.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은 기분 좋은 마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매일 자신의 기분을 좋게 유지하는 것에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좋은 기분이 늘 떠나지 않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