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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경 Mar 29. 2024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몇 달 전 방 청소를 하다가 일기장 하나를 발견했다. 20~21살 즈음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일기장이었는데 그 안에 담긴 많은 내용 중 유난히 눈에 박힌 문장이 있었다. ‘하고자 하는 바가 없는 사람의 삶은 퍽퍽하기 그지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고등학생 땐 대학교에 가면 내 삶에 모든 답이 내려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답은커녕 더 많은 질문만 생길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의 20대 초반은 불안과 알 수 없는 우울함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잔나비의 노래 중 <꿈과 책과 힘과 벽>에는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무책임한 격언 따위에 저 바다를 호령하는 거야 어처구니없던 나의 어린 꿈’이란 가사가 있다. 어렸을 때를 되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든 없든 일단 하고 싶은 일이라면 모든 것들이 나의 꿈이 되던 시절이었다. 현실을 생각할 필요도, 나의 삶을 내가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감을 알 길이 없는 나이기 때문에 꿈을 꾼다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린 시절을 지나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이 된 후로 어느 순간부터는 꿈을 꾸는 것에 대해 귀찮게 느끼기 시작했다. 하루를 살아내면 다가올 또 다른 하루를 살 뿐 하고픈 일 없이 순간순간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하며 지냈던 것 같다. 이러한 삶에 익숙해져서 지내다 불현듯 순간 내 머릿속에선 왜 난 아직도 하고픈 일이 없는 거지?라는 의문점이 생겼다. 답이 없는 질문의 반복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 뿐인데 나는 꿈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이러한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은 내 자존심상 절대 하고싶지도 않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기에 결국엔 혼자 머리를 쥐어짜내며 나오지도 않을 정답만을 찾을 뿐이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참으로 안타깝다는 마음이 든다.


 사실 아직도 난 꿈이라 할 게 없다. 이쯤 되면 생길 법도 한데 일부러 꿈을 안 꾸려고 한 것도 아니고, 내 나름대로 노력이라 할 만한 것들을 해보았는데 아직도 이런 상태이다. 그렇지만 20살과 24살의 내가 가진 차이가 있다면 꿈이 없다는 사실을 대하는 나의 자세인 거 같다. 20살의 난 꿈이 없다는 것이 남들보다 뒤처지고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아서라는 불안함이 가득한 상태였다면 지금의 나는 꿈은 당연히 있으면 좋은 것이나 없다고 해서 나를 깎아내리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는 마음가짐을 새기며 지내고 있다. 꿈이야 뭐 언젠가 생기겠지 싶은 생각으로 당장은 내가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에 초점을 두며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이 있듯 내가 옳다고 느끼면 그게 옳은 것 아니겠나. 이렇게 지내다 꿈이 생기면 그땐 그 꿈을 향해 또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라는 게 지금 나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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