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하다.’ 이 말은 내가 좋아하면서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누군가에겐 특별함이 없는 삶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순간들이 모여 결국은 우리의 삶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크든 작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안다는 건 삶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다.
사실 난 나에게 가장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했을 때 행복함을 느끼는지 몰랐다고 할 정도로 나 자신에게 무지했다.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지만 나를 둘러싼 것들이 그저 너무 피곤하고 짐처럼 느껴져서 다른 사람들에게 쏟는 시간의 반도 나에게 쓸 기력이 없었다. 이 때문인지 20~22살의 난 삶을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특별한 일도 없이 흐지부지 흘러가는 하루하루에 나의 삶이 과연 가치가 있나?라는 다소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저 나이에 뭘 안다고 저런 생각을 하나...라는 수치심이 든달까. 창피함은 현재 나의 몫인 듯하다.
작년 한 해 동안 난 휴학을 했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휴학을 한 건 아니고 그냥 대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하기 전 온전히 쉬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휴학을 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학교를 다니지 않으니 나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처음엔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서 그냥 휴대폰만 했던 것 같다. 그러다 가는 시간이 아까워 어느 순간부터는 책을 읽기도 하고, 볕 좋은 날엔 카페를 가기도 하며 홀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점차 알아갔다. 음악, 산책, 노을, 커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내가 바라던 안온한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만족감은 삶에 더 충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특별하진 않지만 잔잔하게. 맛으로 표현하자면 ‘삼삼하게’라고 말할 수 있겠다. 희한하게도 도파민에 절여진 인간이지만 바라는 인생만큼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참으로 살기 어렵다고 한다. 뉴스에서 안 좋은 일들이 줄줄이 나오고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뜻하지 않게 세상에 태어났더라도 ‘나’로 살아가는 시간 동안은 왜 행복한 일만 생길 수 없을까.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내 주위 사람들만큼은 늘 안온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일상 속에서 틈틈이 행복해하는 것을 잊지 말고, 잔잔하게 편안하게 살기 바란다. 오늘도 난 안온한 삶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