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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곰님 Nov 29. 2024

아직은 인정하기 싫은

새해인사

짧은 머리를 유지한 지 10년이 넘었다. 아이를 낳고 머리 감는 시간마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짧은 머리를 했다. 빨리 감을 수 있고, 빨리 말릴수 있는 최대의 장점으로 나는 지금까지 짧은 머리이다. 머리 스타일을 유지하려면 한달에 미용실에 가야 한다. 외의 주변 사람들은, 심지어 남편과 아이들도, 내가 머리카락을 잘랐는지 모른다. 미용실에 가는 날 다음 달 미용실 예약을 한다. 요즘은 혼자 운영하는 미용실이 많다보니, 그리고 내가 다니는 곳도 혼자서 운영하시는 곳이라 예약이 필수다. 예약을 하면 기다리지 않아서 좋다. 


10년 이상을 유지했던 머리 스타일을 바꾸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갑자기 가격 오른 때문이기도 하고, 사진을 찍으면 남자처럼 나온다는 남편의 말도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건 핑계이고 변화가 필요했다. 머리카락을 기르기로 마음 먹으면서 한달에 한 번 가야하는 미용실 방문 주기도 길어졌다. 한달 반 뒤로 예약을 한다. 한 달에 한번 가면 일년에 12번을 가야하는 미용실을 한 달 반만에 가니 일년에 8번만 가면 된다.


11월말 머리카락을 길러보겠다며 원장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한달 반 뒤로 예약을 잡는다. 그러면 내년 1월 중순쯤이 된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다음 미용실 갈 날내년으로 예약하니 새삼스럽게 새해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원장선생님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말해놓고도 멋쩍어서 웃었다.


나의 '새해 인사'를 들으신 원장선생님도 웃으신다. 아마도 2025년 새해 인사는 처음 듣지 않았을까 싶다.


달력의 마지막 장이 낙엽의 신세가 되어 초라하게 달려 있다. 설경이 그려져 있다. 오늘밤쯤 혹시 눈이 오려나, 날이 침침하다. (박완서ㅡ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250쪽)


박완서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연말에 어딘가에 꼭 한번 써보고자 생각했는데, 그때가 지금이다. 나는 11월의 달력을 뜯어내며 올해 마지막 남은 12월을 바라본다. 나의 눈은 12월의 숫자를 보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지나간 일들이 생각난다. 달력의 마지막 장이 초라한 낙엽 신세가 되어 달려있다. 나의 마음도 헛헛해진다. 그렇게 1년이 지나가고 다시 1월이 온다.  


헛헛한 나의 마음은 새해 다이어리에서 위로를 받는다. 다이어리는 12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성실하게 작성하고자 다짐했지만 여백이 많은 11개의 달력을 보면서, 12월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작성하고자 새롭게 준비한 다이어리를 보며 다짐한다.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이라는 말이 다이어리에 어울린다. 


아직 새롭게 다가오는 2025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자세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미용실에서 새해 인사를 하고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구체적인 계획을 짜야하는데 뭐가 그리 바쁜지 자꾸 미루기만 하다. 그래도 2024년 다이어리는 2023년보다는 성실하게 작성했다. 다가오는 2025년은 올해보다 조금 더 성실하게 작성하면 되겠다고 생각이 든다.


*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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