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하는 건 설계라고 배웠다.
무엇을 만들지, 왜 만드는지,
그 이유를 정의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설계는 완성된 답안지가 아니라,
그저 출발선에 두는 가정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현실의 제약, 예상치 못한 오류,
새로운 요구들이 생기면
처음의 구조는 금세 흔들리기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는 나에게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나침반처럼 남는다.
복잡한 코드 속에서도
처음 품었던 의도를 떠올리게 하는 기준 같은 것 말이다.
인생도 그와 비슷한 것 같다.
조건이 달라지고 상황이 변하면
처음의 계획은 금세 낡아지지만,
그 계획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오십대 중반을 향해 간다.
요즘 문득, 나의 나침반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조건도,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새해를 맞기 전에
나의 설계를 한 번 들여다보고,
조용히 수정해보고 싶다.
완벽한 설계는 없겠지만,
의도를 잃은 코드처럼
방향을 놓친 인생도 버그가 많아지는 건 아닐까.
그래서 오늘은
정답을 찾기보다
내가 처음 품었던 의도가
아직 유효한지를 살펴보려 한다.
그게 내 삶의 작은 리팩토링이고,
조용히 실행해보는
나만의 코드 수정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