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고백
지하철을 탔다.
내가 타는 곳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볐다.
오늘도 그랬다.
얼결에 발을 들였을 뿐인데
눈앞에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다.
앉고 보니
분홍색 배려석.
가만히 앉자
의자 밑으로 번지는 분홍색이
마음속까지 물들어 왔다.
내가 앉을자리가 아니지.
괜한 미안함에
일어날 틈만 엿보던 중,
맞은편에 빈자리가 생겼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얼른 일어나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건너편 분홍색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 발판엔 글이 쓰여 있었다.
“미래의 주인공이 앉을자리입니다.”
순간,
내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렇게 귀한 자리였구나.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한참이나 앉아 있었구나.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그 자리의 분홍빛이
내 안의 미안함을 흔들었다.
지금 그 자리는
미래의 주인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