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당하거나 맞서거나(1)
’ 상처가 낫기 위해 상처를 내어 치료한다 ‘는 말은 언뜻 모순처럼 들립니다.
자연의 섭리가 어찌나 신비로운지 시간이 걸려 정말 그렇게 치료가 되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두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무뎌져서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는 것과 '여전히 이렇게 아픈 걸 보니 나을 수 없나 보다 ‘싶었지만, 생각보다 자연치유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
상처를 마주하는 일은 매번 쓰리고 아립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알릴 때도,
신고하고 조사를 받을 때도,
자료를 정리해 제출하는 그 과정에서
수십 번 수백 번을 그때 그 순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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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겪은 직장 내 괴롭힘 실화 에세이입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뿐만 아니라 현재 어려움을 겪는 사람 모두 참고하실 수 있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진심 어린 위로를 통해 잠깐이나마 온기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친구들에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별일 아닌 척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회사 밖에서나마 지지받고 싶었다기보다는 제3자의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그들의 말대로 정말 내가 문제인지, 나만 조용히 하면 괜찮은 건지 궁금했습니다. 애초부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 끝까지 부딪혀보겠다는 생각 따위는 없었습니다. 다만 나조차 나를 포기하지는 말자, 아무도 나를 지켜줄 수 없다면 내가 나를 지켜주고 나를 위해 이번만큼은 목소리를 내어보자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뜻밖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물론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셨지만, 제 이야기를 들은 후 본인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저와 이 주제로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가 ‘글을 써볼까’ 용기를 갖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야 지난날을 돌아보며 말하자면,
그들에 맞서 싸우고 싶진 않았지만
지고 싶은 생각은 더 없었습니다.
특히나 ‘없었던 일로 하자’는 그들의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고 당연시하는 무책임한 태도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저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기 때문에 나는 100% 피해자이고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100% 나쁘다’라고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강자와 약자였을 수 있지만, 사건의 단면 혹은 어느 한쪽의 입장만으로 일반화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일부 상식적이지 않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만, 감정적으로 분노하기 시작하면 객관성도 잃어버리고 저만 더 고통받고 몸도 마음도 손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안 겪어도 될 일을 겪은 게 다 내 잘못인 것만 같아서, 가뜩이나 서럽고 속상한데 나까지 나를 더 아프고 힘들게 몰아세우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 회사는 실제로 제가 겪기 이전에도 다른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있었습니다. 제 이후에도 더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큰 조직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뭔가 남다르고 대단한 사람들이나 하겠거니 했는데 그게 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만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할 때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응원받아 본 적이 있나 싶을 만큼 따뜻한 격려를 받으며, 하마터면 이 세상 모두가 그들처럼 차갑고 각박하다고 오해할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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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낫지 않은 상처가 있진 않으신가요? 혹은 가까운 주변에서 겪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버티고 또 버텨도 어려움이 끝나지 않고, 당장의 한 치 앞도 알 수 없지만 저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위로도 받고 힘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