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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 Apr 10. 2024

'면접공포증'
마음먹기 나름이야 극복하자

면접공포증을 앓고 있는 나,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의 응원

면접공포증은 개선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결국 마음먹기 나름이다.

나름 취준생인 나는 여러 군데 회사를 알아보고 이력서를 투척했다. 어딘가는 나를 써줄 회사가 있지 않을까 하며 지원하기를 눌러댔다. 그렇게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대면면접 이전에 AI면접이 있다고 한다. 이제는 AI가 면접도 봐주는 세상인가? 처음 듣는 면접방식에 제일 먼저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AI면접 경험이 이미 있는 친구도 있고, 들어보기만 한 친구도 있었다. 나만 몰랐다. 코로나 때 비대면 면접은 들어봤어도 AI와 면접을 진행하는 건 처음 들어봤다. 이제 이런 면접방식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준비를 위해 조사를 해보았다.


AI면접은 화면을 응시하며 주어진 질문에 답변하며 인적성 검사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설명 말고는 생각보다 정보가 많이 없었다. 지원한 회사에서 제시한 면접 사이트는 검색을 해도 글이 나오지 않았고 사람들의 경험담은 내 궁금증을 채워줄 만큼 많지 않았다. 그래도 서칭을 반복하며 느낀 건 앞에 사람이 없을 뿐 면접 방식은 비슷한 느낌이었다. 단지 판단하는 것이 AI일 뿐. 나의 면접관이 AI이다.


한 달 전에 나는 면접의 쓰디쓴 실패를 먹었다. 긴 공백기를 가지고 오랜만에 하는 면접이라 준비과정부터 험난했다. 첫 회사를 들어갈 당시 아무 계획도 없이 냅다 면접 보러 오라는 회사에 찾아가 떠오르는 대로 답변하며 면접을 진행했다. 지금의 내가 바라본 과거의 나는 그냥 미친년이었다. 준비 없이 아무 말이나 하고 회사 조사도 하지 않아서 아는 게 없었다. 합격한 게 신기할 정도. 하지만 지금의 나는 면접 관련 영상과 합격답변, 태도 등을 알아보면서 이전처럼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걸 느꼈다. 갑자기 각 잡고 준비하게 된 면접이 부담감으로 찾아왔다. 예상질문에 답변을 짜고 표현을 다듬고 문장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글로는 표현이 되고 입으로 뱉으면 어버버 거리고 할 말을 까먹게 되었다. 일일 면접관으로 이것저것 질문해 주던 남자친구는 나의 대답을 듣고 너무 긴장한 것 같다며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으라고 조언을 해줬다. 하지만 나는 전혀 진정되지도 긴장이 풀리지도 않았고 그렇게 면접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위에서 나는 쓴 실패를 먹었다고 표현했다. 맞다. 이 면접은 나 스스로 만족이 전혀 안될 만큼 대답이 엉망이었다. 그래서 결과는 실패로 돌아왔다. 한 번의 실패로 나는 자신감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딘가에 잃어버리고 왔다. 그리고 생겨버린 면접공포증.


그렇게 자신감을 찾지 못한 채 다른 회사에서 면접제의가 왔다. 바로 AI면접이다. 사실 사람 앞에서 얘기하는 거보다 집에서 화면 속 나 자신을 보면서 대답하는 게 더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전혀 아니었다. 집에서 면접복장으로 갈아입고 화면에 잘 보이기 위해 화장도 했다. 하지만 노트북 화면 속 내 얼굴을 보자마자 생각이 이리저리 튀었다. '나 왜 이렇게 생겼지?’, '내 얼굴이 이렇게 비대칭이라고?', '말할 때 입모양이 왜 이래' 등등 갑자기 얼굴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끄러워졌다. 이렇게 보이는 나 자신을 쳐다보며 대답을 해야 한다니. 차라리 면접관의 눈을 바라보는 게 덜 무서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화면테스트를 마치고 자기소개부터 시작하려는데 지난 면접 때처럼 갑자기 심장이 쾅쾅 뛰기 시작했다. 생각할 시간을 주는 시간 동안 자기소개 멘트를 생각하기는커녕 심호흡하고 쿵쾅거리는 심장을 달래기 바빴다. 결국 내가 하려던 말은 끝까지 못 뱉었고 심지어 어... 하며 의미 없이 대답시간만 줄어들었다. 대답을 잘하면 된다는 부담감이 끝까지 날 짓눌렀고 외운 것과 떠오른 것이 마구 섞여 더 이상한 대답을 도출해 냈다. 이번에도 말아먹은 면접이겠구나 느끼며 성향검사를 시작했다. 나와 잘 맞는 성향을 순서대로 고르는 간단한 검사인데 진행하면서 점점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건지 되고 싶은 나를 표현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테스트를 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최대한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단어들로 선택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마무리된 AI면접의 나의 평가는 "또 망했다"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서류와 AI면접에서 합격해 대면면접제의가 왔다. 내가 합격할 거라고 생각을 못했었다. 그러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내가 면접을 잘 보든 보지 못했든 복기하는 과정에서 나한테 채찍질만 했다. 솔직하게 대답하기 위해 커닝페이퍼 같은 건 보지 않았고 시선처리도 계속 화면을 응시하면서 눈동자의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이런 나의 잘한 점과 노력은 다 무시되고 나는 스스로 걱정을 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오로지 못한 점만 과대하게 생각해 또 자신감을 뭉개버렸다. 저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내가 잘한 부분은 뿌듯해하며 계속 연습하고 못했던 부분은 개선을 하면 된다. 망했다. 망쳤다. 같은 단어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을 잘 해내기 위해 경험을 밑거름 삼아 성장하면 된다.


그렇게 나는 성장한다. 대면 면접을 준비하면서 보완할 부분을 파악해서 보완하고 좋았던 부분은 계속해나가면 된다. 면접공포증은 쉽게 없어지지 않겠지만 내 자신감을 꺾는 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나를 응원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는 나올 수 없다. 고작 AI면접에서 합격했다고 마치 최종합격한 듯 기뻐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최종합격을 목표로 나 자신에게 자신감과 응원을 해주고 있다. 취업에 성공하면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기쁠 텐데 내 기쁨을 위해 나를 다그치고 혼낼게 아니라 적절한 응원과 칭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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