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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 Apr 16. 2024

‘책’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기록’을 시작하다.

책을 읽고 기록하는 습관의 중요함

과거에 읽었던 책을 기록하지 않으면 나중에 기억하지 못한다.


교과서, 만화책, 동화를 제외하고 내가 제일 처음 집중해서 읽었고 끝까지 완독 했던 첫 책이 바로 「데드맨」이다.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싶다는 생각에 일단 도서관에 찾아가서 휴대폰으로 책을 검색해 봤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은 '히가시노게이고' 작가의 책을 많이 읽어서 나 또한 추리책에 관심이 많았다. 추천 도서들을 검색해 보다가 발견한 책이 「데드맨」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되게 충격적이었다"는 뇌에 저장된 느낌 말고 줄거리나 범인 등등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책을 빨리 읽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한 책에 꽂히면 틈틈이 읽어서 반나절도 안 걸려 300~400페이지 되는 책을 다 읽어버렸다. (빠른 편이 아닌가요?) 하지만 단점이, 읽고 난 직후 그 감상을 어디에도 기록하지 않아서 다 읽고 몇 주 지나면 책에 대한 내용과 지식이 전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정말 짙게 내 마음을 잠식했던 책조차도 지금은 내용을 물어보면 대답을 못한다. 제목만 이야기하면 그게 무슨 내용이더라 생각하다가 책 줄거리를 읽어보면 아 이런 내용이었구나 하며 겨우 떠올리는 정도였다. 이 습관은 책을 읽어서 저장된 감상과 내용과 지식이 무로 돌아가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책을 다 읽으면 기록하기 위해 문방구에서 '독서기록함'이라는 노트를 구매했다. 항상 그렇듯 무언갈 새롭게 다짐하면 시작은 창대하나 그 끝은 미약해진다. -유명한 구절의 반대가 되어버린다.-처음 몇 주는 미친 듯이 책을 읽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구매해서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기록을 하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고 해도 무방하지만 책 자체는 재미있어서 기록도 재미있었다. 이렇게 첫 기록을 하니 확실히 책 내용이 머리에 담겼다. 기록을 하면서 정리되고 책의 내용을 다시 복기하니 마음에 새겨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하나의 책을 여러 방면에서 다르게 생각을 해보는 기회도 되었다. 그렇게 5권을 3개월 사이 읽고 기록했다. 하지만 점점 현생에 치이고 움직이는 영상매체에 홀려 책을 읽는 텀이 길어졌다. 끝은 미약했다고 했던 이유이다. 그 이후 한 해가 지나가도록 한 권밖에 못 읽었다.


스스로에게 구질구질한 핑계를 대는 게 추해서 지금은 고쳐먹었다. 마구잡이로 책을 읽지 않고, 책을  많이 읽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내가 딱 읽고 싶은 책만 읽었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안 읽히면 과감하게 포기했다. 한 책을 정독하고 기록한 뒤 바로 새로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기억에 남는 구절과 책이 주는 교훈과 메시지를 다시 한번 새기고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골라 '글을 쓸 때 써먹어야지' 하며 마음속으로 외우는 작업도 거친다. 이렇게 책을 읽으니 책과 친해지고 담고 있는 메세지와 문장을 흡수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나만의 것으로 만든 느낌이었다. 뜨겁게 마음을 울리는 책은 어느새 나의 삶의 일부를 바꿔놓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기록은 노트를 넘어 블로그에 게시하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나만 보는 것이 아닌 남에게 내 감상을 공유한다면 좀 더 전문적으로 책을 탐구할 수 있고, 나 혼자만의 약속이 아닌 게시물을 봐주는 사람들과의 약속이 되었다. 나 자신을 거짓말쟁이에 약속을 어기는 사람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기록하고 마음에도 기록하여 나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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