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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 Apr 22. 2024

랜덤가챠의 도파민에 절여져 버렸다.

나는 랜덤피규어뽑기를 좋아한다.


나는 피규어, 내 눈에 귀여운 것들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사실 나의 취미 중에 낮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주 뚜렷한 취미이다.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전시해 둘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매번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중학생 때부터 쭉 이어져 왔다. 성인이 되고 자취를 하게 되면서 나만의 공간이 생기니 이런 취미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하지만 좁은 6평 원룸에 무언가를 수집하고 전시해 두기엔 공간은 협소했고 취미 중에서도 낮은 지분을 가졌다고 하는 이유가 돈을 많이 쓰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나한테 과할 정도로 비싼 제품은 구매하기가 꺼려진다. 그래서 정말 적당히 과하지 않을 정도로 내 수준에 맞게 수집하고 있었다.

나는 만화캐릭터,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산리오 등 좋아하는 부류는 엄청나게 많다. 이것저것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귀엽고 내 마음에 들기만 한다면 만사 오케이. 하지만 평범하지 않게 수집하고 있다. 다들 원하는 굿즈가 있으면 제품을 주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랜덤을 좋아한다. 랜덤이라 원하는 것을 못 얻을 가능성도 있지만 수많은 보기 중에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면 그만큼 짜릿한 도파민이 돈다. 내가 했던 여러 랜덤 뽑기 중 두 가지 일화를 말해보려고 한다.

재작년 일본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친구들과 오사카를 방문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랜만의 여행에 자금을 꽤나 두둑이 챙겨서 갔다. 많이 쓸려고 가져갔다기보다 부족하지 않은 여행이 되고 싶었다. 일본은 모두가 알다시피 굿즈에 정말 진심인 나라다. 그래서 여행하는 동안 많은 굿즈샵을 구경하며 행복감에 입꼬리가 하늘로 향해있었다. 

일본은 길가에 동전을 넣고 돌려서 뽑는 식의 캡슐토이가 정말 많이 있다. (옆 사진 참고) 어릴 때 문방구 앞에서 하던 건데 안에 들어있는 제품의 퀄리티는 많이 떨어지는 뽑기들이 많다. 하지만 일본은 캡슐토이에 정말 퀄리티 좋고 귀여운 굿즈들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종류가 무척 많다.- 그렇게 3박 4일 여행동안 뽑기에만 6만 원을 쓰고 왔다. 되게 적은 가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한번 뽑을 때마다 한국돈으로 약 3000원 정도니 캡슐토이에만 20번 돌리고 왔다. 내가 원하지 않는 아이템이 뽑혀도 그냥 히죽히죽 행복했다. 랜덤으로 가챠 하는 도파민에 최고로 절여진 3일이었다.

일본에서만 사온 굿즈들

용산 아이파크 몰, 홍대 AK플라자에 이치방쿠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일명 제일복권인데 A부터 보통 I상 까지 차등으로 상품이 준비되어 있다. A상이 제일 좋고 I상이 제일 평범..? 꽝 같은 느낌의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한번 뽑는데 12,000원 정도라 적은 가격이 아닌데 A상을 뽑으면 이 가격의 몇 배의 상품을 받을 수 있다. 도파민 중독 랜덤 가챠 마니아인 나에게 이런 건 그냥 지나칠 리 없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만화의 상품들로 구성된 이치방쿠지만 도전한다. 용산에 갔을 때 우연히 마주친 이치방쿠지샵에서 딱 두 번만 -이런 식으로 5번넘게 뽑아본 적 있다- 해보려고 결제를 하고 수많은 종이들 중에서 두 개를 골랐다. 당연히 제일 좋은 A상은 2개밖에 없고 H상, I상은 열몇 개씩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확률은 극악이다. 사실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두장을 뽑았는데 두 번째로 뽑은 종이에 A라고 적혀있는 게 아닌가. 솔직히 그때 그 감정은 거의 뭐 로또 당첨된 수준의 행복감이었다. '이 맛에 랜덤 뽑기 하지!' 하고 바로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이치방쿠지에서 좋은 상을 못 먹어봤지만 단 한 번의 A상 경험이 강렬해서 아직까지도 도전하고 있다.

좋은 취미, 나쁜 취미 같은 건 없다. 불법 도박이나 범죄가 되는 행위를 취미 카테고리에서 배제한다면. 그런 걸 제외하고서 취미는 솔직히 개인의 즐거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취미가 있는 건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우울했던 기분을 풀고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랜덤 가챠를 하면서 실망하기도 하지만 구입하고 열어보기 전까지의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과 떨림 등등 이런 감정 자체가 나를 리프레쉬하고 즐겁게 만든다. 또 이렇게 전시해 두면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취미가 없다면 좋아하는 걸 찾아보고 취미 삼아보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본인만의 독특한 취미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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