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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Nov 20. 2024

EP095. K페스티벌: 작가 사인회 체험기

제가 이름 써드립니다 줄을 서세요가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 한국 알리기

2024.11.16. (토)


 코스타리카 도착하면서부터 이야기 듣던 K-페스티벌, 한국 축제 혹은 잔치 당일이다. 어젠 La Nación이라는 내가 유일하게 아는 코스타리카 뉴스에도 두 번이나 K-페스티벌 내용이 보도되었으니 큰 행사인 것 같다. 출발하기 전에 언니들과 줌으로 만났다. 언니들이랑 떠들면서 화장해서인지 너무 오랜만에 화장해서인지 나가기 전에 거울을 보니 어색해 보여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10시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에 도착했는데도 벌써 사람이 조금 있었다. 그 사이에 교회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밖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친구들과 함께 아직 시작 전인 페스티벌을 한 바퀴 돌았다. 돌다 보니 교회에서 나오신 한인분들이 역시 많이 계셨다.


 크게 문화 행사 파트와 상점, 그리고 음식 파트로 나뉘는 것 같았는데 상점은 대부분 케이팝, 특히 아이돌에 관련된 것이라 조금 아쉬웠다. 얼마 전 인스타에서 본 5천 원~ 해서 노리개 맞춤 키링 만들기 같은 게 있었는데 그런 거 좀 더 받고 해도 잘 팔릴 것 같았다고 생각했다. 음식은 훨씬 다양했다. 기본 분식에 버블티, 무슨 코리안 스타일 피자까지 있었다. 핫도그도 먹고 싶었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긴 했지만 평일보다 훨씬 괜찮았다. 아직 오픈하지 않은 부스들을 한 바퀴 둘러보고 캘리그래피 부스에 앉았더니 10시가 되기 전부터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아침을 못 먹고 왔다는 얘기에 친구가 삼각김밥이랑 따뜻한 커피를 사다 줬는데 그 사이에 이미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내 역할은 사람들이 고른 한글 캘리그래피 엽서에 이름을 한국어로 써주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한국인 한 분이 더 계셨다. 여기서 주말에 일한다고 했을 때 학교에 어떤 친구가 자기는 돈을 안 줘도 할 거라고 슈퍼스타 체험을 할 수 있잖아~했는데 처음 한 시간은 실제로 그런 느낌이기도 했다. 같이 사진을 찍어 달라는 아가들도 있었고 그냥 이름을 써준 건데 다들 너무 좋아해 주셔서 괜히 뿌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줄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고 배도 고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은데 틈이 안 났다. 아니 슈퍼스타는 한두 시간이면 사인회 끝나고 가잖아요.. 나는 이제 아홉 시간 더 여기 앉아서 사람들 이름을 써야 한다.


 정신없는 오전을 보낸 뒤 한 시간 정도 점심시간을 가졌다. 배달해주신 제육 덮밥을 먹고 아직 행사장에 남아있던 친구와 함께 디저트라도 먹자며 페스티벌 구경을 하는데 줄이 너무너무 길어서 당장 먹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행사장 밖으로 나와 젤라또를 사 먹었다. 그 길로 집에 갈 뻔했지만 홀로 남아 두 배의 이름을 쓸 전우를 떠올리며 책임감과 함께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간식으로 치킨도 먹고 하다 보니 시간이 잘 갔다.


 두 번째 붓펜을 다 써갈 즈음 사람을 사람 그만 받고 bbq에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앗 간식 다른 거 먹을걸..! 그렇지만 원래 20시까지 인 줄 알았는데 18시에 마무리해주셔서 뭐든 감사합니다.. 아르바이트비 대신 라면을 한 박스씩 쥐어주셨다. 다들 한 박스씩 들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오늘 같이 일한 코스타리카 친구들과 대화하는데 알고 보니 전부 봉사자들이었다! 아니 너희들은 한국 문화를 알릴 필요도 없잖아~ 심지어 나는 글씨를 써야 해서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었지만 이 친구들을 계속 서서 사람들에게 안내했다. 역시 긍정적인 코스타리카 사람들.


 저녁을 먹으면서 들어보니 다들 코스타리카에 거주하고 계신 한국분들은 아니셨고 민주평통(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미-카리브 협회가 있어서 멕시코나 파나마 등 근처 나라에서 오신 분들이었다. 엄청난 행사였잖아~ 그 외에도 코스타리카에 계신 다른 한인분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다른 코스타리카 친구들은 이미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같은 봉사를 해왔고 아마 내년에도 할 것 같다고 했는데 내년 이맘때 2025 K 페스티벌이 열리면 나는 그 때 코스타리카에 있을지, (있다면 과연 지금 이 플젝을 계속하고 있을지), 한국에 있을지 혹은 그 외 어디에 있을지 기대가 되는 만큼 걱정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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