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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Nov 20. 2024

EP088. 코스타리카에서의 첫 바다

코스타 리카: 풍요로운 해안

2024.11.09. (토)


 한국에서 코스타리카에 대하여 찾아볼 때 가장 먼저 뜨는 것이 아름다운 바다 사진이었는데, 아니 애초에 코스타리카가 풍요로운 해안이라는 뜻인데, 이곳에 온 지 88일이 지나서야 처음 바닷가에 오게 되었다. 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어젯밤에 친구 집으로 넘어가서 자고 오늘 아침 일찍 같이 이동하는 계획이었는데 어제 오후부터 비가 정말 많이 와서 우버비가 너무 비싸졌다. 그 비싼 우버 조차 부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각자 집에서 자고 오늘 아침에 만나는 일정으로 변경되었다. 그 와중에 폭우로 코스타리카 곳곳의 고속도로가 막혀서 내일 바다에 가는 게 맞는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에이 그럼 다음에 날 좋을 때 가자!라고 하고 싶기도 했지만 사실 같은 건물 친구가 어제 본인 고향집에 내려가는데 같이 가서 근처 바닷가도 가고 자고 오자고 했는데 이 선약 때문에 거절했기 때문에 날씨 때문에 이번 주말도 산호세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조금 억울할 것 같기도 했다. 도로 상황 때문에 목적지를 조금 변경해서 우선 운에 우리 운명을 걸고 한 번 가보자! 해서 출발하긴 했다. 출발할 즈음 하늘에 구름은 조금 꼈지만 비가 내리진 않았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얼음과 음료, 과자를 사서 아이스박스에 담아 본격적으로 떠나보았다. 두어시간 걸려 바다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친구는 이게 코스타리카의 가장 아름다운 바다는 아닌데 산호세랑 가장 가깝기도 하고 또 오늘 날씨 때문에 그중에서도 되는 곳이 몇 군데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여기로 왔다는 말을 반복했다. 아무래도 처음 보는 바다라 좀 더 아름다운 곳을 보여주고 싶은데 아쉬운 마음이 있었나 보다. 그렇게 도착한 바다는 상상했떤 것과 달리 까맸다. 그리고 어제 비 때문에 물이 불어나 해안가에는 파도에 떠밀려온 쓰레기가 가득했다. 어떤 바다든 보기만 하면 좋을 것 같았는데 조금의 실망감이 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신 친구 라이센스 덕분에 바로 앞의 협회 전용 야외 수영장에서 놀 수 있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에 들어가 몇 번 어푸어푸하다 보니 날이 개어서 덥지도 않지만 흐리지도 않은 놀기 좋은 날씨가 되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사람도 하나 없어 공간 전체를 우리끼리만 사용할 수 있었다. 수영복을 입었더니 친구 어머니께서 칭찬이라고 칭찬을 해주셨지만 슬펐다. 한국에선 몰라도 중남미에선 나름 평균의 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에 반해 친구는 젤리 같다고 했는데 저는 그냥 그 젤리가 되고 싶어요. 친구랑 물에서 한국의 데이트, 결혼 시장에 대해 한창을 이야기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소개팅 같은 문화도 잘 없고 결정사 같은 곳도 거의 없다고 해서 신기했다.


 놀다 먹다 하다 보니 점심시간을 지나 차를 타고 시내로 나와 밥을 먹었다. 그래도 나름 바닷가 앞에서 밥을 먹으니 적어도 해산물을 먹어야 할 것 같아 pescado 어쩌고를 골랐더니 그저 fish and chips가 나왔다. 나는 석식으로 생선까스에 타르타르 소스가 메뉴로 나온 날은 신전떡볶이로 도망 나가던 학생이었지만 물놀이 후의 식사는 뭐가 되었든 맛있었다. 그리고 바로 앞 바닷가에서 팔고 있는 churchill을 먹고 싶은지 pops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지 물어봐줬는데 사실 바닷가 마을에서만 먹을 수 있는 churchill을 먹어야 할 것 같았지만 전에 먹었던 그라니사도랑 거의 비슷하다는 말에 결국 산호세에도 널리고 널린 pops를 먹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오늘도 맛있는 팝스..


 시내 구경을 잠깐 하다 보니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원래 수영장으로 다시 돌아갈 계획으로 안에 수영복까지 입고 밥을 먹었는데 결국 바로 산호세로 돌아가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운전하는 친구를 생각해서라도 졸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했는데 앞에서 들려오는 스페인어 대화 소리가 자장가 소리처럼 들려 스르륵 잠들어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려다 뭔가 좀 아쉬워서 친구네 집에서 자기로 했다.


 저녁으로 pastel de carne를 먹고 오징어 게임 2를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 오징어 게임 1 정주행을 시작했다. 스페인어로 말하는 456번이 생소한 건지 그냥 기억이 휘발된 건지 새로 보는 것 같은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무슨 교육에서 상품으로 빔프로젝터를 받아와서 아빠가 당근에서 빔프로젝트 스크린을 사서 유일하게 가족 다 같이 모여 봤던 게 오징어 게임 1이었던 것 같다. 한 3편까지 보다 마지막엔 다들 거의 잠들어서 그만 들어가서 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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