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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규 Jul 31. 2024

변화

나는 매달 한 구호기구에 만오천원을 정기후원한다. 어떤 큰 뜻이 있어서 하는 후원은 아니고, 오타니처럼 좋은 일을 하면은 '확률적으로 운이 나한테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담긴 이기적이고 미신적이지만 이과적으로 생각해서 하는 후원이다. 이런 후원도 오래 하니까 더 이상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냥 매달 대중교통 10번을 더 타서, 만오천원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이런 미지근하고 싱거운 느낌에서 벗어나고자, 후원금을 2만원으로 올렸다. 단지 5000원 정도를 매달 더 쓸 뿐인데, 왠지 내 지갑이 더 아파하는 느낌이 든다. 지갑이 아픈 만큼, 내가 후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고, 내게 다가오는 뜻밖의 행운에 '더 높아진 후원금'이라는 태그를 붙이게 된다. '일상적'이라는 관성을 이겨내고 초심을 찾았다.


하지만 변화는 어렵다.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인간 역시 물리학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뉴턴의 운동 제1법칙, 즉 관성의 법칙은 인생이 왜 쉽지 않은지 잘 설명해 준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 위해 엄청난 힘이 드는 것처럼, 가속도의 변화, 즉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큰 힘이 필요하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질량에 의한 관성을 이겨내기 위한 큰 힘이 필요하다. 인간의 몸을 팔, 다리, 몸, 머리, 등 여러 개로 보면, 각 개체는 끊임없이 힘을 사용해서 감속하고 가속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합쳐져, 인간은 움직이고 변화를 만들어낸다. 물리학적으로 생각해 보면 게으른 내가 당연한 것이고, 끊임없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대단한 것이다. 


여행하는 선생님들


옛날과는 달리, 지금은 여행하는 선생님들 동아리원중 교육여행에 참여할 기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나는 여행하는 선생님의 일원으로 3학기라는 시간 동안 활동했지만,  나는 딱 1번 교육여행을 갔다. 다시 말하자면, 교육여행을 간 횟수보다 교육여행을 가지 않은 횟수가 더 많다는 것이다. 교육여행을 가지 못한 학기에는 교육여행을 위한 워크숍 준비만 했다. 내 동아리 활동을 돌아보면서, 교육 여행을 가지 못한 학기에 내가 여행하는 선생님들을 통해 배운 것 혹은 얻은 것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솔직히 말해서, 딱히 뭐가 생각나지 않는다. 여행에서는 배우는 게 참 많았고, 그 학기에 한 모든 노력이 여행에서 한 경험으로 보답받는 것 같았지만, 여행을 가지 않은 학기는 여행하는 선생님들 활동에서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은 인생에 살면서 큰 복이고, 여행하는 선생님들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자체로 의미를 찾을 수는 있겠지만, 충분한 느낌은 아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모든 환경에서 배울 점을 찾고, 자신을 성장시킨다는데, 나는 아직 지혜가 많이 부족한가 보다.


그래도 나같이 지혜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여행하는 선생님들은 변화해야 한다. 상황이 변했지만 아직 여행하는 선생님들은 변하지 못했다. 교육 여행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너무 높고, 새로운 학교를 컨택하는 것은 여전히 너무 어렵다. 변화를 위한 과정을 밟고 있지만, 관성을 뛰어넘기 위한 충분한 힘이 아직은 모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교육 여행은 여행하는 선생님들이 하는 여러 활동 중 'One of Them'이 되어야 한다. 물론 현재 여행하는 선생님들에서는 에세이 프로젝트, 여행 프로젝트 같은 소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교육여행에 비해서 이 소규모 프로젝트가 갖는 비중이 너무 적다. 교육 여행만큼 중요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동아리원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여행 말고 이 동아리를 유지시켜 줄 새로운 명목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여행다운 여행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동아리 이름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행하는'이지만, 이름값을 잘하지 못하는 중이다. 교육 여행에서는 수업을 짜느라 여행을 할 시간이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선생님들끼리 여행을 가고,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바쁜 사람들이 시간을 맞춰서 여행을 가는 것은 정말 큰 관성이다. 그래서 다 같이 관성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여행하는 선생님들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육 여행을 갈 기회를 받지 못하더라도, 모두가 만족스러운 한 학기를 보낼 수 있는 동아리가 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인턴 경험을 할 기회가 생기면서, 더 이상 여행하는 선생님들에서 활동할 수 없다. 떠나는 입장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말이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 한줄한줄이 내 양심을 찌른다. 내게 한 학기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여행하는 선생님들은 참 좋은 동아리다. 나는 이 동아리가 큰 관성을 이겨내고 변화를 통해 더 좋은 동아리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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