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면...

자기 존중

by 학연서

밖에서는 누구보다 예의 바르고 친절한 사람이, 현관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퉁명스러운 말투를 던지고, 작은 실수에 불같이 화를 내곤 하죠.


그리고 뒤돌아서 후회합니다.


"내가 왜 그랬지? 남들한테는 안 그러면서… 왜 하필 제일 소중한 사람에게 이럴까?"


우리가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쉽게 상처를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심리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놀랍게도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의 결핍과 오래된 습관이 웅크리고 있습니다.



1. 안심이 방심이 되는 순간: "너는 나를 받아줘야 해"


우리는 밖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의 찌꺼기들을,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 앞에 와서 쏟아내곤 합니다. 이것은 친밀함의 표현이 아니라, 익숙함이 만들어낸 방심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하필 이런 방식으로 감정을 배설하게 될까요?


어쩌면 성장 환경에서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린 시절, 나의 주 양육자나 가까운 어른들이 힘들 때마다 가족에게 짜증을 내거나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면,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가까운 사이의 소통 방식'으로 학습했을 수 있습니다.


"힘들면 가족한테 풀어도 되는구나."


이 잘못된 학습은 성인이 된 후에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나는 나름대로 '내 힘듦을 알아달라'는 신호로 던진 말이지만, 정작 그것을 받아내는 상대방은 어느 순간 ‘감정 쓰레기통’이 된 듯한 비참함을 느낍니다. 받아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기에, 지친 상대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합니다.



2. 사랑을 시험하는 무의식: "이래도 나를 사랑해?"


단순히 편해서만은 아닙니다. 더 깊은 곳에는 우리의 원초적인 결핍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확인받고 싶은 욕구'입니다.


내면이 불안정한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가까운 사람을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립니다.


"내가 이렇게 못난 모습을 보여도, 나를 떠나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화를 내도, 나를 받아줄까?"


이 끈질긴 시험은 상대를 괴롭히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나는 소중한 존재다"라는 자기 존엄을 타인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간절한 절규입니다. 나 스스로 나를 귀하게 여기지 못하기에, 타인이 나를 견뎌줌으로써 나의 가치를 증명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존엄한 존재입니다."


타인에게 확인받지 않아도 이미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 믿음이 단단한 사람은 굳이 가까운 사람을 시험하거나, 감정을 배설함으로써 나를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나의 가치는 타인의 인내심 크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3. '자기 존중'의 회복


소중한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이 모든 심리―학습된 감정 배설, 사랑을 확인하려는 시험―는 역설적으로 '자기 존중의 부재'를 보여줍니다.


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내 곁에 있는 사람도 귀하게 여깁니다.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내 곁에 있는 사람의 불완전한 면도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그 불완전함을 조금씩 채울 수 있도록 서로 지켜봐 주고 도울 수 있는 관계가 바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소중한 사람에게 뾰족한 말이 나가려 한다면 잠시 멈춰보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지금 상대를 내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쓰고 있는가, 아니면 존중하고 있는가?"


"나는 나 스스로를 존중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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