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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진수 Apr 02. 2024

졸업

챔피언십이 끝나고 다시 후반기 리그가 시작됐다. 후반기 때는 확실히 경험도 많이 쌓이고 곧 있음 졸업이라 그런지 축구가 비교적 쉽게 느껴졌다. 경기를 할 때도 큰 차이는 없는 거 같지만 체감상 경기가 엄청 편안하고 쉬웠다. 나는 후반기에 사이드백에서 사이드윙으로 바꿔서 주로 뛰었다. 원래 어릴 때 사이드윙을 자주 봤었는데 오랜만에 보니까 재밌었다.


경기력도 꽤 괜찮았다. 돌파도 많이 시도하고 스피드를 살려서 장점을 적극 사용했다. 경기에 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다음에 하도록 해야겠다.


그렇게 나는 10월에 전학을 가게 결정되었다. 팀을 나온 건 아니고, 아산이라는 팀에는 계속 소속돼있는데 포항에 있는 학교를 다니면서 집생활하고 개인훈련을 하려는 목적으로 전학 갔다. 10월쯤부터는 졸업반이라 친구들도 거의 다 고등학교 팀에 미리 들어가 훈련을 하고 나처럼 집이 먼 친구들은 집 주변 학교로 전학가 개인훈련을 하는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계획은 딱히 없었다. 집 근처 대도중학교로 전학을 가서 학교 수업을 마치면 초등학교 때 팀에 가서 훈련을 하는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주말에는 개인레슨을 받고 매주 수요일마다는 조기축구에 나갔다.


나는 처음에는 이렇게 생활하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동계 가기 전 한 달 조금 넘게 와 동계 갔다 와서 두 달 조금 넘게라는 긴 시간 동안 팀훈련을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훈련한다 하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발전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몸상태만 망가질 거라 생각했다. 이때 경험들도 쓸 내용이 많은데 시간이 됐을 때 써봐야겠다.


아무튼 나는 온양중학교에서의 마지막 등교를 했다. 친구들과 사진도 많이 찍고 애들이 싸인도 부탁해서 해줬다. 내가 아직 프로선수도 아니고 축구를 하는 같은 또래 친구일 뿐인데 나한테 사인을 받아주고 뭔가 높게 바라봐주니까 정말 고마우면서 좋았다. 학교를 마치고 친했던 친구들과 다 같이 조회대 앞에서 사진을 찍으러 갔다. 가기 전부터 종례하고 있는 우리 반 앞에 애들이 우르르 몰려있었고 내가 신발을 갈아 신고 복도를 지나갈 때도 다들 우르르 몰려서 나를 따라왔다. 조금 자랑 같지만 멋졌다 ㅋㅋㅋ 담임선생님도 서류를 건네주면서 학교생활 잘했네 라며 칭찬을 해주셨다.



학교를 마치고 구단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하는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저 학교 마치고 훈련 가는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나 홀로 딴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버스에서 연락이 정말 수도 없이 왔는데 일일이 답변하느라 힘들었다 ㅋㅋㅋㅋ 연락해 줘서 고마워~


짐을 다 빼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에는 아산 u18형들이 단체로 훈련을 하고 끝난 상황이었는데 몇몇 형들도 이제 가냐면서 열심히 해라고 응원해 줬다. 아산 u18 감독님께서도 나보고 가서 열심히 해라면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고 악수도했다. 아산 u18감독님께서 나를 좀 아껴주셨던 것 같다. 비록 18세로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내가 대구공고로 가는 것도 알고 훈련장, 리그 때 마주치면 항상 좋은 말씀, 안부인사를 건네주셨다. 감사합니다 ㅎㅎ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팀과도 마무리 인사를 하고 한명한명 악수하고 코치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정말 뭉클했다. 1학년때부터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아산은 정말 내겐 잊을 수 없는 도시이고 이 팀, 이 학교에 다닌 거에 감사하고 정말 행복했던 것 같다. 2년 몇 개월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여기서 받아온 사랑들을 꼭 되값아 드리고 싶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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