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가고 싶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 사진이 참 예뻤고, 사진으로 공유된 것이 전부일줄 알면서도 가고 싶었다.
일정을 짰다. 게장거리에 있는 백반집까지 20분, 밥을 먹고 이순신광장까지 또 20분, 목적지까지 다시 20분. 중간중간 쉬어가며 바다가 보이는 카페까지 걸었다.
고지대에 있는 카페를 그리며, 나와 남편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도어플은 코스 두 개를 제안했고, 어느새 우리는 갈림길 앞에 서있었다. 하나는 몇 번이고 버스로 지나쳐본 적 있는 대로변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하얀 골목길이었다. 우리는 초면의 골목길을 택했다. 그게 우리가 당연하게 공유하는 낭만이다.
골목길은 오르막이었고, 지반이 울퉁불퉁했다. 굴곡진 경사면 사이사이 계단이 있던 흔적이 보였다. 드물지 않고 뻔하지도 않은 길이었다.
여기는 원래 계단이 있었구나, 그 위에 경사면을 만들기 위해 콘크리트를 부었구나. 담장을 새로 칠했구나, 고양이 밥을 주는구나, 콘크리트 깨진 틈으로 풀이 자랐구나. 그런 일상적이지만 뻔하지는 않은 생각들이 이어졌다. 우리는 어플의 안내를 따라 골목을 이리저리 꺾어가며 걸었다. 어떨 때는 경사면, 어떨 때는 계단이었지만 대체로 오르막이었다. 중간 무렵부터 담장에 그림이 생겨났다. 데포르메 되지 않은 거대한 붕어 같은 것들. 벽화마을이구나, 남편이 말했다.
벽화마을에 들를 생각은 없었는데, 어느새 벽화마을이었다. 주택가를 가로지른 어플의 경로안내는 사람을 헤매게 만들었다. 기준으로 삼을 것 없이, 파랗게 난 길과 어정쩡하게 움직이는 파란 동그라미를 대조하며 걸어야 했다. '얼추' 맞다고 생각하고 들어간 골목이 비슷한 위치의 다른 골목이기도 했고, 돌아 나오지 않고 걷다 보니 맞는 길로 이어졌다. 덕분에 우리는 굳이 찾아볼 수 없는 예쁨을 아주 많이 보았다. 깨진 담벼락 틈으로 무성한 풀무더기 같은 거. 네이버 지도에는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것들을 보았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는 예상대로 예뻤다. 돌산대교와 이순신대교가 한눈에 보였다. 섬과 섬을 대교로 이어 놓은 바다는 커다란 강 같았다.
드넓은 바다도 각도에 따라 방향에 따라 거리에 따라 강처럼 보인다. 그 카페의 창으로 본 게 전부였다면 나에게 여수 바다는 세월 어린 건물과 새 건물, 무성한 나무, 정박한 배가 뒤섞인 비 내리는 하늘색의 강에 불과했겠지. 흰 구조물과 소철나무로 꾸며진 항구와 비린내 나는 어시장과 회색 모래사장을 보지 못했다면 말이다.
사람도 그렇겠지. 저마다의 항구와 모래사장, 숲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고, 내가 바라보는 것만으로 섣불리 누군가를 안다고 할 수 없겠지.
빵집의 강아지를 보러 갔다. 소금빵이 없어서 어느 빵도 사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가벼운 저녁을 먹었다.
남편은 외국영화를 한 편 보았다. 곁에서 조느라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한다. 마지막 밤인데 아직 밤바다에서 맥주를 먹지 못했다. 다음에 또 바다를 찾을 핑계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