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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 채움 Dec 31. 2024

시련은 변화를 가져오는 힘이다.

관점의 전환

내가 달라진 것이 언제부터였나를 떠올려 본다.

어머니와의 이별, 교직에서의 바닥, 지나고 나서야 알았던 우울증


상상도 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암 진단은 나에게는 충격과 고통의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부정했고, 다음에는 세상을 원망했으며, 어머니를 보내고 나서는 방황했다.

약 4개월의 기간 동안 가족들과 엄마 옆에서 엄마와 이별할 준비를 하며 견뎌냈던 시간보다

그 이후에 찾아온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던 상실감은, 

나는 이제 엄마가 없는 아이구나(그땐 아직 나는 아이였다)라는 생각에 

인지하지 못했던 세상을 잃은 것 마냥, 

인생이란 이렇게도 괴로운 일들이 마디마다 펼쳐지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에 

살아야 할 이유조차 찾지 못한 채 방황했던 것 같다.


내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상실감에 흐느적거리는 와중에 만난 첫 1학년 담임의 삶은

나를 돌볼 충분한 여유 없이 어리고 여린 영혼들을 만나 더욱 휘청거렸으며,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나에게 진상학부모와의 사건은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결정타를 날렸다. 


그땐 반편성이 복불복일 수밖에 없는 잘못된 1학년 반편성 때문이라 생각했고,

1명의 도움반 학생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3명이 넘는 금쪽이들 때문이라 생각했고,

아이를 품어주고 챙겨주기엔 너무도 여유가 없고 철없는 학부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봤을 가장 원인은, 

나에겐 얼마간의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고

나 또한 작은 사건들에도 휘청거릴 만큼 나약해져 있었으며,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서있기보단 상실감에 이리저리 부유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지나고 나서 누군가의 말로 그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때 너 우울증 같았어. 세상 다 산 것처럼..."

아 그랬네. 그때 나 우울증을 앓았네. 

인생은 고(苦)라고. 이렇게 괴로운 일이 계속될 건데 아등바등 사는 건 무슨 의미냐고. 

힘든 인생 결국은 고통을 겪다가 나 역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결국 인생은 그런 거라고...




시간이 약이더라. 속절없이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흐려지고, 감정 또한 무뎌지더라.

너무 가까이에선 숲은 볼 수 없고, 나무의 한 부분을 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

그 당시에 난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시련밖에 볼 수 없었으나

세월이 흘러 과거를 다시 조망하게 되었을 때, 

그래도 엄마와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며,

이 세상에 와서 자식들을 최선을 다해 키워낸 엄마의 삶 그 자체만으로도 인생은 의미가 있으며,

떠올려보면 엄마와 함께 했던 따뜻하고 소소한 기억들,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기억들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나의 상처를 재해석할 있게 되었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의 상실이 누구나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란 것과,

우리네 삶은 당장 내일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나 또한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진정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고민하고 실행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아픔과 시련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도, 현재의 삶도 없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읽고 있는 책 <되는 사람>을 읽으며 다시 나의 삶을 돌아본다.

책 속 구절구절에서 행위 주체성을 가지고 시련을 극복해 내는 것, 실패에서 배우고, 교훈을 찾아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 이제 나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들이대 정신으로 실행하고 도전하고 있으며,

내가 나의 운명의 키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련을 겪어낸 후 변화한 것이다.


책 속에 여러 번 인용되는 빅터 프랭클의 삶처럼 

현재의 삶이 죽음의 수용소와 같은 암흑인 시련을 만나더라도

살아야 할 이유, 삶의 의미를 찾아 부여한다면

시련은 변화를 가져오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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