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체육 전담교사이다. 체육을 뛰어나게 잘해서라거나, 체육을 엄청나게 좋아해서하게 된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교무실 업무행정팀에 합류하게 되었고, 전담과목 중 서로가 원하는 것을 조율하고 보니 남은 것은 체육 전담교사였다.
나도 체육을 뛰어나게 잘하지는 않지만, 체육을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다. 게다가 체육 수업을 일단 좋아하고 보는 어린이들의 특성상 아이들은 체육관에 들어올 때 웃으면서 뛰어 들어온다. 너무 신나서 바닥에 슬라이딩하면서 오는 아이도, 강당 무대까지 뛰어오르는 아이들도 있다. 못하게 지도하면서도 그 모습이 좋아서 나도 마음속으로는 같이 빙긋 웃는다. 아이들에게 체육 시간이란 이렇게 행복한 시간일 줄이야.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과목에 대한 투표를 하면 아마도 1등이 체육일 것이다. 그 정도로 공부를 좋아라 하지 않는 아이들도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많은 체육시간은 좋아한다. 시간표에 체육이 든 날은 체육이 들어서 행복하고, 혹시라도 체육을 못하게 되는 날은 원성 또한 자자하다.
체육 수업을 막연히 어려워하시는 선생님들도 간혹 계시는데, 내가 체육 전담을 2번 해 본 경험으로 풀자면, 체육 전담은 생각보다 큰 이점이 있다.
첫째,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것, 그래서 일단 먹고 들어가는 것이 있다. 뭘 해도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한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다.
둘째, 체육 수업을 하면서 나도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며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 종일 6교시 수업이 있는 날은 종일 서 있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운동하며 수업할 수 있는 이점을 좀 더 크게 보며 끝나고 나면 오늘이 지나갔구나 하는 편안한 한숨을 내쉰다.
이렇게 크나큰 좋은 점이 있지만, 가장 힘든 점은 바로 아이들의 안전사고이다. 내 체육 수업의 목표도 안전, 규칙과 질서, 즐거움인데 아무리 강조를 하고, 주의 사항을 일러줘도 때때로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부상을 막기 위해 준비 운동을 철저히 하고 운동을 시작해도, 넘어지는 아이, 부딪쳐서 다치는 아이, 공에 맞아서 다치는 아이, 공을 차려다가 바닥을 차서 발가락이 부러지는 아이, 공을 차려다가 헛발질을 해서 넘어져서 뒤통수에 혹이 나는 아이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경우가 생기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큰 사고가 아니길 바라지만 항상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때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되어 그 뒤에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솥뚜껑 같은 모습만 봐도 놀라게 되곤 한다. 나의 조심성이나 지도를 벗어나는 이런 경우가 참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인 것 같다. 치명적인 큰 사고가 아니면 아이들도 그 상황을 통해 또 하나 배우게 될 거라 믿지만 쓰고 보니 큰 이점을 단 번에 뒤엎는 위험요소인 것 같기도 하다. 쩝. 그래도 체육 시간을 통해 어린이들이 체력과 기술을 향상시키고 친구들과 함께 협력하고, 팀워크를 기르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낄 때가 많은 나의 직업. 체육 전담교사.
***마들랜: 마음을 들여다보는 랜선 글쓰기 모임의 네 번째 글입니다. 주제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