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속 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아주 오랜만에 스무 살의 너를 불러본다.
K~
부르는 것만으로도 뭔가 뭉클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이제 대학교 2학년 생활을 막 시작하려고 하는구나.
1학년 시절은 나에게 설렘과 기대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버팀의 시간이기도 했지.
1년만 다녀보고 결정하라는 부모님 말씀에 막상 교대에 오긴 했지만,
내가 원했던 학교가 아니고, 내가 원했던 진로가 아니라
1년을 버티고 나면 떠날 거라는 생각을 두고 지냈던 것 같아.
지난겨울방학에 다시 재수를 하겠다고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고는 그냥 스스로 맘을 접은 것 같더구나.
지금 내 기억 속에도 어찌해서 다시 학교로 돌아오기로 결정했는지 그 부분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걸 보면
그냥 합리화하고 위안하기 위해 그 기억을 지워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 네 마음은 어때? 그때 너의 마음이 궁금하구나.
힘들 때마다 썼던 일기에 그날의 기억이 남아있다면 짐작이라도 할 텐데,
그날의 일기는 아쉽게도 남아 있지를 않네.
그때 그 결정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건지도 모르겠어.
다른 결정을 했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인생이 펼쳐졌겠지만,
24년이 흐른 지금, 그 선택을 해 준 너에게 감사해.
과정에서 힘든 날도, 속상하고 후회되는 날도 많았지만
좋은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아. 지금도 합리화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ㅎㅎ
지금 난 나의 현재가 만족스러워. 20대, 30대를 거쳐 오는 동안
막연히 불안하고 방황하는 마음이었던 날도 많았는데
지금은 훨씬 편안한 것 같아. 그때 그 시간들이 헛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미리 걱정하지 말고 부딪혀 보라는 거
생각만 하지 말고 이것저것 도전해 보라는 거
경험해 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알고 너에게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까
실수, 실패? 그런 거 두려워하지 마.
너의 인생이라는 책에 기록될 한 가지 에피소드가 더 생겨나는 거니까
거기서 넌 또 무엇인가 하나 배워나갈 거니까
걱정과 두려움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그게 가장 무서운 거야.
괜찮아. 어떻게 되든 넌 그대로 너 자신일 거고,
그 모습 그대로 소중하고 이미 멋진 사람일 거야.
너보다 앞선 시간에서 너를 믿고,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
그리고 너의 이야기를, 생각을 글로 꼭 남겨 놓기 바라.
시간이 많이 흘러 너의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
너의 글에서 너의 지난 시간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과거의 너를 만나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을 테니까.
오늘도 너의 매일을 축복하고 응원할게. 멀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