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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환 Apr 02. 2021

1학년

늦은 때란 없습니다.

"아빠는 1학년이야"

"뭐, 난 2학년인데, 아빠 1학년이라고?"

"어. 1학년 맞아. 1학년"


우리집에는 1학년, 2학년, 4학년이 학생 3명이 있습니다.

재현이가 초등학교2학년, 서현이가 4학년이고요. 아빠인 제가 1학년입니다. 대학원 석사 1학기죠. 그래서 1학년입니다.


올해 제일 막차를 타고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에 진학을 했습니다.

대학원진학이 이번이 두번째인데요. 2014년에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첫 수업만 듣고 그만두었거든요. 그 당시에 회사의 재무이사를 맡고 있어서 두개의 일을 병행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재무이사 일도 처음이고 대학원수업도 처음이라 결국 일을 선택하였는데요. 그때부터 쭉 공부를 했다면 벌써 학위를 받았을 지 모릅니다. 당시의 선택은 아쉽지만 최선이었습니다.


마흔여덟되는 나이에 공부를 한다는 게 너무 늦지 않았나 주저했습니다. 조심스럽게 한 발짝만 내딛어 보았는데요. 그리고 한달이 지났습니다. 코로나19덕에 1학기의 수업은 모두 원격 줌수업으로 진행을 합니다. 월요일 화요일 저녁, 이틀동안, 세과목의 수업을 듣습니다.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보다나이 어린 동기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오십 중반을 넘은 분들이 대부분이었고요. 육십을 넘은 분들도 계셨습니다.


커뮤니케이션과 기업경영 수업화면 캡쳐


강의실에서 직접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시간을 내어 수업을 듣는 열의와 열정이 남달랐습니다. 주저했던 것이 성급했네요. 늦고 빠름이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시작하지 않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늦은 것이었고요. 시작했다면 지금이 어제보다 빠른 것이었습니다. 주저하는것은 늦는것이었고요. 한 발을 내딛는 것은 빠른 것이었습니다.


3월 한달 4주의 수업이 지났습니다. 작년에는 없던 시간이 삶에 스며들었는데요. 재미있습니다. 의미도 있고요. 언제 풀릴지 모르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강의실에서의 수업이 있겠죠. 대학때 강의실에 앉아서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거의 없어서 기대가 됩니다. 조별과제를 수행해보고 발표해보는 기회도 주어질텐데요. 학부때 해보지 못한 경험들도 할 수 있겠어요.


그저께 초등학교 동창인 A와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작년에 박사학위를 따고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겸임교수를 하고 있어요. 교수님이죠. 작년 박사학위  논문  요약본을 선물로 주었어요. 친구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대학원 간 것 잘했다고. 교수님이 된 친구의 응원도 감사했습니다. 석사과정, 박사과정 그리고 논문 쓸 때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던 친구의 날들을 알고 있기에 더 힘이 났습니다.


늦은 때란 없습니다. 늦다고 생각하는 시간만 있을 뿐입니다. 주위에  평가사님에게서 박사학위 논문선물을 종종 받는데데요. 기억에 남는 분이 계셔요. 그 당시 65세인 선배님이셨고요. 지금은 70이 훨 넘으셨죠. 그 때 검은색 학위논문을 받아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미천하고 부끄럽더라고요. 뭐하러 그 연세에 생고생을 하며 학위를 취득하셨을까 싶었거든요. 지금은 알 수 있을 듯 싶습니다. 그 선배님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시작하셨을 겁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늦다고 생각하는 것이 늦는 겁니다.

한걸음을 내딛었으니 또 한발자국 앞으로 걸어가보려합니다. 이번학기를 잘 마무리하는 게 우선 목표이고요. 4월 수업에 충실해보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렇게 한발작 한걸음  두걸음 가보려고요.


재현이가 내년엔 그러겠죠?

"아빠! 올핸 2학년이지? 난 3학년이지롱" 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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