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판독서모임에서 <어린왕자>를 만납니다. 필사로 만나보는데요. 손끝으로 어린왕자를 만난다고 하니 소식을 듣자마자 신청을 했습니다. 책도 미리 사놓았습니다. 첫페이지도 미리 써 보았어요. 그림도 같이 그릴 수 있는데요. 그림은 완전 젬병이라 따라 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마음을 다해 한글자 한글자 적어보기로 합니다.
이번 필사를 통해서 어린왕자를 세번째로 만나게 됩니다. 10대에 만난 어린왕자, 20대에 만난 어린왕자가 있었고요. 이제 40대 후반에 다시 손끝으로 보게 되겠어요
저에게는 친구 한명이 있는데요. 고2때부터 같은 반 친구이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데요. 생일선물로 받은 책이 <어린왕자>입니다. 친구에게서 선물로 받은 첫 책이 <어린왕자>였습니다. 책을 선물로 주면 책의 표지 다음장에 손글씨로 무엇인가를 써서 주었는데요.
"생일축하해, 작은 이 책에는 많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있어. 잘 읽어봐" 였던 것 같아요.
아버지 집에 친구가 준 책이 있을텐데요. 주말에 집에 가면 함 찾아봐야겠어요.
첫번째 어린왕자와의 만남이었습니다.
두번째 어린왕자와의 만남은 대학교 1학년 때였어요. 어린왕자를 떠 올리면 91학번 과 선배 K형이 생각납니다. 참 해맑은 형이었습니다. 1993년에 제가 1학년, 형은 3학년이었는데요. 남자선배들은 보통 2학년 마치고 군대에 갔었는데 형은 3학년 마치고 군대에 갔었나 싶습니다. 형이 다른 형들처럼 군대갔으면 아마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과 모임 뒷풀이였던가, 집회 뒷풀이였던가 거나하게 술잔이 돌았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형 차례였는데요. 형이 노래를 하는 겁니다. 다들 어떤 노래를 들려주려나 싶었는데요. 형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참 맑았습니다.
"네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아. 깊은 탄성이 흘러나왔죠. 맑은 목소리에서 흘러나온 형의 노래는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였거든요. (99년인가에 가수 조성모가 리메이크(https://youtu.be/hcRTT4XRfts)해 인기를 끌었었죠). 참 맑았습니다. 지금도 그 맑고 떨리진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어요. 선한 눈빛, 환하고 유쾌한 웃음을 말이죠. 말도 참 곱고 예쁘게 해 주었던 기억도 납니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는 모르지만 제게는 형이 어린왕자였습니다.
3학년 형들이 참 많았었습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K형
형의 노래를 듣고 모임 있을 때 마다 <가시나무>만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제 동기들도 그랬습니다. 아마도 저만의 어린왕자만은 아니었을 거거든요. 그러면 으레 싫다고 하다가도 몇번이고 불러주었습니다. 형도 이 노래를 좋아했으니 그렇게 먼저 후배들에게 불러주었겠죠.
형도 이제 오십일텐데요. 대학을 졸업하고 한번도 뵌 적이 없는데요. 아마도 다른 선배들처럼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국어선생님을 하고 계실겁니다. 학생들에게도 좋은 선생님이셨을텐데요. 나이 50이 되어 버린 형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다시 만나게 되면 형의 노래를 다시 듣고 싶거든요. 잘 지내셨죠? 라는 인사와 함께요. 게게는 형이 어린왕자였다고 얘기도 해주고요.
이제 4월 9일(금요일)부터 세번째로 어린왕자를 만납니다. 이번에는 필사를 하면서인데요. 손끝으로 꾺꾹 눌러쓰면서 만나게 됩니다.
어린왕자를 손끝으로만 만나진 않습니다. 손으로, 눈으로, 입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만나게 될 거니까요. 필사를 하는 짧지만 긴 시간이 주는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과거의 축적이고 미래의 씨앗인데요. 필사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과거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설레이기도 합니다. 재미있겠습니다. 그리고 의미깊겠습니다.
그 재미와 의미를 더 풍성하고 넉넉하게 하기 위해선 여럿이 함께하는 게 좋습니다. 내가 무심히 지나쳐버렸던 것을 다른 이들이 챙겨줄 수 있고요.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린왕자와 타인의 어린왕자를 비교해 볼 수도 있을겁니다. 다른 이들의 글씨체도, 그림도 보는 재미도 있을거고요. 살면서 만났던 <어린왕자>의 기억도, 추억도 이야기 나눠볼 수도 있겠죠. 저처럼 친구와 K선배를 떠올렸듯이요.
같이 이 매력에 빠져 보시면 어떨까요? 당신의 글씨와 그림이 궁금합니다. 제 글씨도 보여드릴께요.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