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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by 돌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나는 인생이란 바다에서 그저 부유하고 있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어디로 가야 올바른 건지 알 수가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바람에 따라 출렁거리는 파도가 날 이리저리 뒤흔들었다.

어릴 때에는 그저 앞으로 나아가려 헤엄쳤다. 조금 더 나은 성적을 위해 공부하고, 모두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싶어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나아가도 어딘가에 도착하지 못했고, 목적지 없이 움직이던 팔과 다리를 잠시 멈추었다.

그러하니 역방향으로 몰아치는 바람에 휩쓸려 다시 왔던 길을 떠내려갔다. 저 때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이때 그러지 말걸. 뒤에 남겨왔던 기억들, 감정들을 차마 두고 갈 수가 없어서 하나씩 주워 담았더니 몸이 무거워져 물이 턱까지 차올랐다.

망망대해에서 다시 헤엄칠 용기가 없어서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체 떠돌며 나는 점점 더 해지고, 못난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물에 비친 내 모습이 싫어 눈을 꾹 감아버리고 흘러가는 대로 떠돌다 우연히 한 섬에 도달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만 오늘 밤은 어떡하나요.

제목부터 알 수 없이 끌리는 한 권의 책이었다. 한 문장마다 가벼운 듯 그렇지 못한 눈물을 떨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녕해야 할 마음과 안전하게 안녕하기'
여전히 지니고 있어 디스크를 악화시키고 있던 감정들을 하나씩 내려놓았다.
내일을 바라보며 달리기만 하느라 정작 홀로 남은 지친 오늘 밤의 나를 조금 더 바라보기로 결심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허우적거리며 그때의 감정들을 주워 담지 않기.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생각 때문에 무턱대고 물에 들어가 스스로를 불안에 몰아넣지 않기. 지금 여기 내가 있는 이곳에서 무얼 하고 싶으며 어디로 나아가고 싶은가, 현재의 나를 알아주기.

그렇기에 당당히 나는 지금 여기에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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