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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사장 Sep 29. 2024

향을 피우는 마음

장인과 일하는 사람의 사명감

 저는 우리나라의 장인분들과 협업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국내의 장인분들에 대한 자료조사는 매일 하고 있어요. 며칠 전에도 여느때처럼 자료조사를 하던 중 꽤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장인분을 알게되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전남 무형문화재 장도장이였던 김중익 분입니다. 김중익 장도장의 이력이 독특한 까닭은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지정해제'되었기 때문이에요. 지정해제가 되는 사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게 '보유자의 사망'입니다. 추가로 조사를 해보니 실제로 김중익 장도장은 보유자 지정이 되고 얼마 안되어 이른 나이로 사망하셨습니다.


 이미 지정된지 3~40년이 지나서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어요. 그렇지만 한 분야의 정점에 달한 장인이 만개한 솜씨를 선보일 시간도 없이 별세하셨다는 이야기는 마음 한 구석을 아리게 만들더라고요. 저는 노트북을 덮고 향 하나를 피웠어요. 1년이 되지 않은 짧은 시간, 화려하게 만개했던 솜씨에 대한 경의의 표시였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일 수 있는데, 장인분들과 일하다보면 지금의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 되는 경우가 꽤 있어요.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등의 타이틀을 달고 반열에 오른 분들은 대부분 고령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말에 만나뵙겠다고 약속드렸던 장인분이 여름 즈음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만개한 장인의 솜씨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 솜씨가 지기 전에요. 대중과 장인을 잇는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는 저 나름의 사명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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