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이스라엘 성지순례 일정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순례일정을 계획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하늘길이 막힌 탓이었다. 처음엔 감기정도인 전염병으로 하늘길이 막힐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일을 함에 있어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순례길이 막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서 먹고살지.'라는 막연하고 두려운 고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해 보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알게 된 시간들이었다.
20년 남짓 성지순례팀을 인솔하고 다니며 무수히 많은 사진들이 존재했다. 관광이 아닌 인솔자로 수도 없이 갔을 성지들. 이번에 만 4년 만에 다시 성지순례팀을 꾸려 일정에 나설 수 있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그분의 눈에 담긴 순례지의 모습을 대신 담아 보았다.
파도바 대성당 내외부
어둑어둑한 아씨씨 프란치스코 대성당 모습((좌) 유독 딸아이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천사들의 성모마리아 대성당(우)
우리 아이들은(초등학교 1학년부터) 아빠 따라 순례 일정을 함께 한적은 종종 있었다. 그때 그분은 아이들이 어려 순례객들 챙기랴 아이들 케어하랴 말 그대로 고난의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덧 딸이 대학생이 되었다. 몇 년 만에 다시 시작된 순례여정에 이제는 딸이 아빠를 케어해 줄 수 있을까 싶어 함께 보냈다. 나의 큰 착각이었다. 대학생이 되어도 아빠에게 그저 어린 딸일 뿐. 아침마다 안 일어나는 딸을 깨워 정신을 차리게 하는 일부터 시작이었다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딸이 순례객들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 일정 내내 고생이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혹여 다른 곳에 있거나 하면 이탈하지 않도록 안내하거나 체크를 해야 한다. 일정 내내 "아빠 저분 우리 팀이야?"를 반복하며 돌아오는날까지 일행 얼굴을 못 알아봤다는 후문이다. 단순 얼굴만 알아보면 되는 일이었는데 많이 어려웠나 보다. 하. 하. 하.
집에 와서 딸이 나에게 하는 말은 이랬다.
"엄마 닮았나 봐. 나 사람 얼굴을 못 알아봤잖아. 올 때까지 그랬어. 호호호호호호."
피렌체에서 로마 내려오는 중간 시에나 대성당(좌) 피렌체 중심에 흐르는 강(우)
아씨씨 성다미아노 성당 중정
시에나 도시 풍경(좌) 수비아코 베네딕도 수도원(우)
아씨씨 성모마리아 대성당 중정 안에 만들어진 구유(좌)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 성당(우)
로마 라테란 대성당 외부(좌) 라테란 대성당 내부(중앙) 로마 떼베레 강(우)
몬테카시노 베네딕도 수도원, 베네딕도 성인(우)
밀라노와 베네치아 가기 중간에 위치한 파도바 대성당(좌) 많은 인파가 몰려 있는 밀라노 대성당(우)
피렌체 전경 저 멀리 돔 형태를 하고 있는 두오모 성당이 보인다.
사진을 들출 때마다 "여긴 어디야? 어땠어?"라고 물어보는 내가 귀찮을 법도 했다. 연신 감탄하며 "예쁘다."를 외쳐댔다. '예쁘다.'라는 단어를 막 배운 앵무새처럼 말이다. 나와 다르게 그분 입장에선 대수롭지도 않고 예쁘다는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을 수 있다. 세월이 덧대어져 그저 밥벌이로 변화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었을 때와 달리 장시간 비행도 마냥 신나는 일이 아니었을 테니까.
그럼에도 매번 카메라 렌즈에 담아 오는 행위는 수년을 반복해서 다녀도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을 담아 오는 것이었으리라. 조금씩 그분 눈에 들어온 순간을 옮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진들을 전부 옮길 수 없음에 조금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