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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스타샤 Aug 18. 2024

세상에, 아들 셋을 낳다니! 엄지야. 장하다 장해

발정주기 교란 탓에 수유 중에 발정 난 어미고양이 엄지

졸지에 어미고양이가 된 엄지와 새끼 3마리를 보게 됐다. 이 모든 일이 단기간에 일어났고 난 다묘집사가 됐다. 고양이 너무 어릴 때는 성별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새끼고양이들의 성별이 너무 궁금했다. 접종을 하기 위해 병원을 드나들며 3마리 모두 수컷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날. 


난 엄지를 끌어안고 "세상에, 아들 셋을 낳다니! 엄지야. 장하다 장해." 라며 기뻐했다. 새끼고양이가 딸이면 어떻고 아들이면 어떻길래 그렇게 환호하며 좋아했을까? 그날의 호들갑을 많이 반성한다. 새끼고양이 이름은 마루, 뭉치, 모찌로 하기로 했다. 엄지가 새끼들을 잘 키울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게 집사로서의 역할이었다. 


새끼고양이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수유도 잘해주고 있던 엄지였다. 어느 날부턴가 엄지가 수유 후에 이상 행동을 했다. 자꾸 울음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겨우 한 달 남짓 새끼들 젖을 먹이고 있는 어미였기에 설마 설마 했다.


설마가 사람 잡았다. 엄지는 새끼들 젖을 먹이고 나면 발정난 고양이처럼 울음소리를 내며 집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 엄지가 또 새끼를 낳는 것을 원치 않았고 무엇보다 지금 눈도 못 뜬 새끼들을 돌봐야 하는 어미고양이 신분이었다. 동물병원에 전화해서 엄지의 현 행동을 이야기하고 문의해 보니 아직 수유 중인 어미고양이가 발정이라기엔 시기가 너무 빠르다고 했다. 상식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증상은 영락없는 발정 난 고양이였다. 매일 매 순간 비상이었다. 새끼들을 두고 나가려는 엄지를 감시해야 했다. 


잠깐 사이 저 멀리 논두렁까지 정신줄 놓고 나가는 엄지를 발견했다. 다급한 마음에 난 엄지를 부르며 쫓아갔다. 아무리 불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엄지는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종종걸음질 했다. 그때마다 그분은 새끼고양이를 안아 들어 울음소리로 엄지 발길을 돌리게 했다. 다행히 새끼울음소리를 들으면 나가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놀라서 뛰어 들어왔다. 


발정 증상은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졌다. 자칫하면 어미 없는 새끼들이 될 수도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나가려는 통에 특단의 조치로 엄지를 묶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 동물병원에 전화해 중성화수술 문의를 하니 수유 중이라 아직은 이르다고 했다. 그 와중에 엄지는 수유도 힘들고 발정 때문에도 힘들어했다. 발정은 고양이의 본능이니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는 듯 보였다. 


나는 다시 동물병원에 전화해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6월 27일 중성화 수술. 최대한 빨리 중성화수술을 할 수 있는 날을 잡았다. 젖이 팅팅불어 있는 엄지를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수술 후 알게 된 사실은 엄지가 다낭성낭포로 발정주기에 교란을 일으킬 수 있었겠다고 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정으로 힘들었을 어미고양이 엄지.


아직 젖을 떼지 못한 새끼들은 엄지 수술회복 때까지 집안에서 돌보기로 했다. 어미 품에서 떨어진 새끼들이 갑자기 닥친 낯선 상황에 불안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잘 보살펴야 했다. 집안으로 들어온 마루, 뭉치, 모찌는 대환장 파티를 방불케 했다. 집안에서 동물을 키워 본 적 없는 난 시도 때도 없이 먹고 싸고 우는 작고 소중한 존재들을 보며 어미 고양이 엄지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미 혼자 새끼 3마리를 동시에 완벽하게 잘 케어해 내다니. 엄마는 위대하다!


수술부위 회복이 잘 되고 엄지는 새끼에게 다시 수유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어미 품에서 맘껏 어리광 부리며 보호받는 마루, 뭉치, 모찌를 보니 이제야 안심이 됐다.


엄지, 마루, 뭉치, 모찌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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