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1) Digital Transformation (DX)
우리는 수년 전부터 많은 언론 매체를 통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 DX 또는 DT)과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내용을 접하고 있다. 4장에서 개선 추진 조직 관련 부분에서 내용을 간략히 기술하였는데, 중견기업 규모의 회사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용어의 구분과 정의가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개념적인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잠시 기술하면,
(1) 4차 산업혁명 ; 독일 정부에서 최초로 사용한 용어로 1~3차 산업혁명 이후 기존 산업구조에 대한 변화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을 의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로봇 및 드론, 자율주행차, 3D 프린팅,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블록체인 기술의 산업 적용
(2)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미국의 컨설팅회사 맥킨지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디지털 적인 모든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변화에 대하여 디지털 기반으로 기업의 조직, 프로세스, 기업문화, 커뮤니케이션 등을 총망라하여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
이런 정도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겠는데, 처음에 필자는 4차 산업혁명의 정의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우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개념은 잘 잡히지 않았었다. 그런데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고 포괄적으로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신기술들이 향후 산업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다.”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업무적으로 어려웠던 것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련된 제안을 하는 많은 컨설팅 회사들이 있는데, 제안의 대상과 목적에서 기존의 정보화 추진과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었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차원에서의 제안은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사실 어느 정도 시스템 구축이 되어 있는 대기업이라면 모를까 아직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제대로 정립이 되어 있지 않고 IT 솔루션의 구축이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중견기업 정도의 회사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다소 무모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한 발 더 나아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을 개척하려고 하는 컨설팅회사들의 새로운 사업영역 정도로 생각해 보기도 한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너무 심한 표현으로 평가절하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회사는 어떤 새로운 개념이 처음 나와 유행처럼 시장에 퍼지면, 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단되면 투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경영자들은, 특히 전통적 영업과 생산의 틀 안에서 기업을 발전시켜 온 창업 1세대는 신개념의 내용과 용어가 선뜻 이해하기 어렵고 낯설다. 그런데 각종 강연, 교육 프로그램, 세미나, 포럼 등에서 지속적으로 이런 주제들이 다뤄지면 우리도 무엇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 아닌가? 하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새로운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오너는 그렇지 않아도 회사 내부의 문제점들이 많고 각 부서의 업무적인 혼선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을 느껴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그것은 대부분 불명확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부족한 IT 시스템, 역할과 책임의 모호함에서 기인한다.) 컨설팅 회사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논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되는 것처럼 제안을 한다. 이런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정비와 IT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념이 생성되기 이전에도 당연히 존재했다.
그런데 이런 프로세스와 시스템 정비를 통한 업무개선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이름을 통해 마치 새로운 개념인 것처럼 소개되고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제안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과거서부터 통용되는 용어인 정보화 전략계획 (ISP, Information Strategic Planning)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그것은 “과거의 정보화 또는 전산화의 개념을 포괄하는 보다 광의의 개념으로 프로세스와 기업문화에 대한 정비로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라는 포괄적인 개념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실제 현업에 적용 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실현한다는 것은 너무 막연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자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ISP 이상을 넘어서기 힘들며 프로세스의 정비와 IT 시스템의 도입 정도에서 검토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산업마다의 특수성은 당연히 있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추구하려고 하는 개념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플랫폼(Platform)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일부의 IT비즈니스, 금융산업, 마케팅 관련 분야 등에서는 적용 가능한 부분은 분명히 있을 수 있다. 필자가 부정적인 시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바라보는 것은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는 이전의 정보화 개념들과 차별화되기 힘들고 적용 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새로운 용어를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로 만들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 생각한다. 특히 중소, 중견기업에 적용은 더욱 어렵다.
새로운 시스템 환경을 구축하고 시스템에 의한 관리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발전의 단계가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는데, 현재 제조업에서 빅데이터의 활용도가 제일 높은 부분은 품질관리 분야라고 한다.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불량 발생유형을 파악하고 불량이 발생되는 공정을 인공지능(AI)을 통해 예측 모델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중소, 중견기업은 활용 가능한 데이터 자체가 적절히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먼저 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며 그것은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제조실행시스템 (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전사적 자산관리시스템 (EAM, Enterprise Asset Management) 등의 시스템이 사전 설치, 운영되어야 만 유효하고 이용 가능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조업의 자재명세서 (BOM, Bill of Material), 공정순서 (Routing), 품목코드관리 (Stock keeping Unit Management), 생산도면 등의 기준정보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제품수명주기관리 (PLM,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등의 시스템들이 선행 도입되어야 한다.
회사의 규모나 비즈니스의 영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하나하나의 시스템 도입에 막대한 금전적, 인적 투자가 필요한데 이러한 중소, 중견기업을 상대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제안하는 프로젝트의 범위가 ISP (정보화 전략계획) 등과 크게 차별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니 회사의 경영자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같이 지금 유행하고 있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필요하나, 회사에 필요한 프로세스상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어떤 IT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하는지 하나씩 검토하여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하고 순차적으로 도입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11장에서 예산의 효율적 사용에서 IT시스템 투자에 대해서는 언급지 않았는데 결국 동일한 맥락이다. 현대 경영은 IT시스템이 낙후되어서는 비즈니스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정확한 데이터에 의해 빠른 정보의 공유가 납기준수와 품질 불량만큼 중요한 시대이니 일정 부분의 ICT 예산 확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정보통신 (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에 대한 투자는 영업, 생산의 Operation 관련된 업무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리기 쉬운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어 시간이 흐르면, 그것을 만회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관리의 효율성’ 확보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ICT 투자가 병행되어야 하고 관리하는 인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회사의 외형은 커지는데 관리의 힘이 따라오지 못하면 그다음부터는 회사 발전이 정체되고 업무적인 혼선을 반복하여 정상궤도에 오르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발전하는 단계부터는 필수적으로 회사의 규모에 맞는 예산을 확보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관리체제를 갖춰 나가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고 그런 경영철학이 없는 기업은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 이는 영업, 생산, 연구개발분야뿐만 아니라 재무, 기획, 인사 등의 모든 일반관리 분야를 망라해서 균형 있는 시스템 구축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