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풀은 시들고 강산은 변한다.
동서양 남녀노소 사회계층, 심지어 동식물을 막론하고 지구의 어떤 것이든 시간에게 구애받지 않는 것은 없다. 시간이란 모두에게 소중하고 거저 주어지는 선물이며, 유한하기에 더 값지다. 지나가는 시간을 돌릴 수는 없지만 내가 이 “선물”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는 오직 개인의 선택에 있다.
종종 어르신들이 우리에게 ‘젊은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라는 말씀을 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비록 내가 긴 세월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30대 후반에 접어들어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그 말씀이 아주 조금은 실감이 난다. 나는 시간을 “물 흐르듯” 그저 흘러 보내고 싶지 않다. 이때에 누릴 수 있는 크고 작은 행복들을 최대한 음미하고, 이 시간을 의미 있는 배움으로 채우고 싶다. 마치 미래의 내가 현재의 이 순간을 그리워해 다시 돌아온 듯,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지혜롭고 선하게 시간을 보내길.
모두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죽음을 상기하며 사는 삶. 마지막 때를 기억하는 삶. 당연히 아직 30대인 나로서는 먼 일 같지만, 마지막을 의식하며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엄청난 지혜 아닐까? 나의 내일은, 아니 1분 뒤 또한 절대 약속된 것이 아니다. 죽음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삶의 유익은 실로 크다. 죽음을 의식하면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깨닫게 되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들에 더 집중 수 있게 된다. 또 불필요한 것들과 가벼운 인간관계의 고민 속에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가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 즉 본질적인 것들에 더욱 충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한한 시간을 인식함으로써 현재의 순간과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더 큰 감사와 사랑을 느끼며 살아가고자 한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를 할 수 있을 때 하자. 너무 늦기 전에. 그들과 함께하는 이 삶이 얼마나 축복된 것인지 모두가 알길.
죽음은 어쩌면 내 인생을 단순하게 정리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과 소중히 여기는 것들. 죽음을 생각하면, 지금 내게 두렵고 싫은 것들로부터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죽음이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는, 이 작은 개인적 미움이나 두려움, 시기와 질투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