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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Sep 08. 2024

사라져 가는 것들


꽃과 풀은 시들고 강산은 변한다.

동서양 남녀노소 사회계층, 심지어 동식물을 막론하고 지구의 어떤 것이든 시간에게 구애받지 않는 것은 없다. 시간이란 모두에게 소중하고 거저 주어지는 선물이며, 유한하기에 더 값지다. 지나가는 시간을 돌릴 수는 없지만 내가 이 “선물”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는 오직 개인의 선택에 있다.


종종 어르신들이 우리에게 ‘젊은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라는 말씀을 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비록 내가 긴 세월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30대 후반에 접어들어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그 말씀이 아주 조금은 실감이 난다. 나는 시간을 “물 흐르듯” 그저 흘러 보내고 싶지 않다. 이때에 누릴 수 있는 크고 작은 행복들을 최대한 음미하고, 이 시간을 의미 있는 배움으로 채우고 싶다. 마치 미래의 내가 현재의 이 순간을 그리워해 다시 돌아온 듯,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지혜롭고 선하게 시간을 보내길.


모두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죽음을 상기하며 사는 삶. 마지막 때를 기억하는 삶. 당연히 아직 30대인 나로서는 먼 일 같지만, 마지막을 의식하며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엄청난 지혜 아닐까? 나의 내일은, 아니 1분 뒤 또한 절대 약속된 것이 아니다. 죽음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삶의 유익은 실로 크다. 죽음을 의식하면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깨닫게 되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들에 더 집중 수 있게 된다. 또 불필요한 것들과 가벼운 인간관계의 고민 속에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가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 즉 본질적인 것들에 더욱 충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한한 시간을 인식함으로써 현재의 순간과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더 큰 감사와 사랑을 느끼며 살아가고자 한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를 할 수 있을 때 하자. 너무 늦기 전에. 그들과 함께하는 이 삶이 얼마나 축복된 것인지 모두가 알길.


죽음은 어쩌면 내 인생을 단순하게 정리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과 소중히 여기는 것들. 죽음을 생각하면, 지금 내게 두렵고 싫은 것들로부터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죽음이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는, 이 작은 개인적 미움이나 두려움, 시기와 질투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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