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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 Apr 12. 2024

8. 카르마에 대하여

나는 법륜스님의 유튜브를 즐겨 듣는다. 김창옥 교수님 것도.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되었다. 듣고 있으면 위안이 되고 화나는 감정이 가라앉았다. 남편에 대한 화도 누그러졌다. 그래도 딴 놈 새로 데려오는 게 나아요, 그냥 사는 게 나아요. 폭력, 도박, 바람이 없으면 그래도 이놈이 나아요. 도대체 스님은 결혼을 안 해보셨는데 어찌 그리 잘 파악하시는지.    


최근에 본 동영상은 카르마에 대한 것이었다. 법률스님은 시어머니가 미워서 욕을 하고, 남편이 미워서 욕을 하면 그게 나에게 그리고 자식에게 그대로 가 닮는다고 했다. 그 카르마를 끊기 위해서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용서와 화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원망과 비난은 그대로 나에게 돌아와 나를 통해 내 자식에게 그대로 간다고 했다. 마치 맞고 자란 아이가 나중에 가정폭력 남편이 되듯이. 본 대로 배워서 행동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옳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그건 그것대로 그럴 수 있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카르마를 내 대에서 끊기 위해서라도.     

 

어머님은 신혼 초부터 나에게 시할머니에 대한 험담을 했다. 시할머니를 언급할 때 묘한 비난과 원망이 항상 느껴졌다. 시할머니가 얼마나 교묘히 본인 아들들을 움직여 본인을 불쌍하여 여기게 하고 며느리들을 괴롭혀 왔는지, 그래서 본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시부모님이 A지역에 사실 때 한 시간 떨어진 B지역 사시는 시할머니, 할아버님께서 매주 집에 왔다는 이야기. 오셔서 그렇게 쓸고 닦고 빨래하고 집안일을 해대서 자기는 정말 불편하고 어쩔 줄을 몰랐다는 이야기.


정말 신기한 것은 지금 본인은 매일 우리 집에 들락거리며 더한 것을 하고 있는데도 역지사지가 안 된다는 점이다. 왜 내가 돌아버릴 것 같을 거라는 걸 생각을 못 하지? 내가 내 집을 내 집 같이 못 느끼고 있는데? 자기는 좋은 시어머니라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나?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자. 옳다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은 그럴 수도 있다. 평생 집안일만 하고 가정주부로 살아오면서 본인의 쓸모를 밥 해주고 빨래해 주고 청소해 주고 가족들을 보살피면서 살아왔다. 아들이 직장을 구하자마자 어린 나이에 장가를 가 버려서, 며느리는 직장 다니느라 바빠서, 내가 이 아이들을, 손주들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수는 있다. 사실 아들 며느리는 알아서 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쓸모를 증명하려면 자신은 아들 부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어야 했다. 그래서 부탁하지 않아도 쓸고 닦고 손주들 옷 서랍을 정리하고 빨래를 개고 밥을 해 먹였다.


거기다 며느리는 싫다 좋다 그동안 티를 내지 않았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한 일에 대해서 고맙다고만 표현할 뿐 불편하거나 싫은 내색을 적어도 대놓고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본인이 알아서 한 냉장고 청소 등 집안일을 알아봐 주고 고맙다고 해준다. 벽에 십자가를 붙여도, 손주들 옷정리를 맘대로 해도 아무 말하지 않는다. 수고비도 준다. 어렴풋이 며느리가 힘들 거라는 건 알지만 표현하지 않으니 명확하지 않다. 그래, 생각해 보면 며느리인 내가 그동안 겉과 속이 달랐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말하지 않고도 내 속마음을 알아달라고 말없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비난하지 말자.


다만, 나는 내 아들이 결혼하면 먼저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련다. 너희가 ㅇㅇ해서 섭섭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기대가 없기 때문에 섭섭하지도 않은 그런 상태를 유지하겠다. 남편과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연락할 때만 최소한 도움을 주며 살아가리라. 아니, 이젠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라고 이따금씩 현금만 건네리라. 꼭 그러리라.  

   

독립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나의 욕심과 집착을 차단해 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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