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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inema Aphorism_191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91

by 김정수

CA951. 이광모, 〈아름다운 시절〉(1998)

‘고난과 절망의 시대’에 바치는 연가(戀歌), 또는 송가(頌歌), 또는 만가(挽歌, 輓歌). 아름다운 시절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영원히 되찾을 수 없는 ‘잃어버린’ 시절이기 때문이다. 또는 ‘아픈’ 시절이기 때문이다. 아프면 아플수록 더욱 아름다운, 아니, 아름답게 느껴지는 시절.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허상이다.


CA952. 오슨 웰스, 〈시민 케인〉(1941)

세계 영화 베스트 10의 챔피언.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찾아온 오슨 웰스의 정점.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높은 정점이기에 그 뒤의 기나긴 내리막이 통째 잊힌다. 성공과 몰락의 장엄한 서사. 재너두와 로즈버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온전히 그만의 기억 또는 추억이기에 아무도 로즈버드의 정체를 알 수 있을 턱이 없다. 그레그 톨랜드의 딥 포커스. 버나드 허먼의 영화음악 데뷔.


CA953. 첸 카이거, 〈패왕별희〉(1992)

경극(京劇)과 문화혁명. 그리고 장국영. 극 밖과 극 속의 이루어질 수 없는 두 개의 사랑과 벗어날 수 없는 두 개의 질투. 극 속의 몰락과 극 밖의 몰락. 두 개의 몰락, 두 개의 시대. 하지만 결코 그 두 개의 사랑이 진짜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문화혁명의 거센 파도 속에서도.


CA954. 밀로스 포먼, 〈아마데우스〉(1984)

모차르트의 재발견. 교향곡 제25번 G단조의 새삼스러운 발견. 살리에리의 존재감. 클래식 음악 영화의 기념비. ‘천재’와 ‘수재’라는 개념의 재인식. 모차르트는 ‘천재로서’ 작곡을 한 것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작곡했다는 사실. 살리에리 역의 F. 머레이 에이브러햄만큼 질투라는 감정을 격조 높게 표현해 낸 배우가 또 있을까.


CA955. 왕가위, 〈열혈남아〉(1988)

왕가위의 출발, 장만옥의 발견, 유덕화의 재확인. 이보다 더 강렬하고도 슬픈 청춘 누아르 로맨스를 나는 달리 알지 못한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리고 한없이 안타깝고 슬프고 ‘행복한’ 엔딩. 무엇보다도 대만판의 주제가 ‘忘了你忘了我(망료니망료아)’, 그리고 그 주제가를 부른 가수 왕걸(王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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