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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digoB Oct 09. 2024

태어나보니 흥부네 셋째 딸

우리 아빠 좀 말려줘 3화

아침 햇살이 눈꺼풀을 따갑게 찌르며 기상을 재촉할 때까지 난, 참으로 요란하고 이상한 꿈을 꾸고 있었다. , 보통 이런 꿈은 임신한 엄마들이 꾸는 거 아닌가. 내 이름이 용순이라 그런 것일까. 설마, 울 엄마가 또!




눈길이 자연스레 옆을 향했다. 바로 옆에 언니가 누워있고, 그 곁에 엄마가 고단한 얼굴로 자고 있었다. 그리고 숨 쉴 때마다 얕게 위아래로 움직이는 엄마의 아랫배. 드르렁 소리를 내며 고는 엄마 품에서 잠든 막내가 앝고 규칙적인 숨결을 쌕쌕 내뿜고 있었다. 엄마와 막내가 내는 소리가 묘하게 서로 어울려 아침 방안 공기 중에 떠돌고 있었다. 나는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가 순간 정신이 퍼뜩 들었다. 엥,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거야. 고갤 좌우로 흔들며 잡념을 떨쳐내었다.


그때였다. 방 문 밖 마당에서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사람 발자국 같은 인기척이 들려 나는 쫑긋 귀를 기울이며 바깥 동정을 살폈다. 살포시 엄마와 아기, 언니와 여동생이 누운 자리를 피해 머리맡으로 무릎을 구부린 채 문 쪽에 나아갔다. 마당에 쪼그리고 앉은 아버지의 뒷모습이 빼꼼히 열어본 방문 틈으로 보였다. 아버지는 새우 마냥 등을 동그랗게 말고 눈 아래 어딘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고 앉아 무얼 보고 있는 걸까.


파닥, 파다닥 소리가 들렸다. 난 소리가 이끄는 대로 발길을 옮겼다. 이틀 전 다리 하나가 부러진 채 아버지의 손에 들려왔던 제비가 날개를 파닥이고 있었다. 아직 상처가 덜 아문 탓에 한쪽 다리로만 바닥을 디뎌 날아오르려니 매번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그래도 잘 쉬어서인지 다리의 상태가 훨씬 나아 보였다. 아버지가 물끄러미 제비를 바라보다 옆에 앉은 나를 돌아보았다.


- 용순아, 욘석 다리가 지대로 잘 아물고 있긴 한가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제?

- 아부지, 그래도 아직 덜 나은 것 같은디 자꾸 이렇게 움직여서 상처가 덧나믄 어째요.

- 걱정하지 마라, 조금씩 움직이는 것도 괜찮여.

- 그러나 저러나 뭘 좀 잡아다 줘야겠네요, 배고프겄다.


나는 서둘러 마당을 가로질러 광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광문을 열고 들어가 한쪽 벽에 걸린 호미를 들고 나와 마당 앞에 있는 큰 감나무 아래를 파보았다. 지난 며칠 동안 내린 비가 땅속에 스며들어 흙이 제법 촉촉했다. 파놓은 흙을 옆으로 물리고 두 손으로 살살 구덩이를 파보았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지렁이가 당황한 듯 제자리에서 크게 몸을 흔들며 꿈틀댔다. 난 아무렇지 않게 검지와 엄지를 집게처럼 오므려 그것을 붙잡고 제비 있는 데로 가서 앞에 내려놓았다.


제비가 고갤 들어 그걸 물끄러미 보다가 부리로 한번 쪼았다. 지렁이가 꿈틀꿈틀 몸부림을 치며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내가 잽싸게 도로 붙잡아 제비 쪽으로 또 내밀었다. 이번엔 제비가 조금 더 용기를 내어 힘 있게 지렁이를 부리로 물어 입안으로 밀어 넣고 꿀꺽 삼켰다. 제비와 나를 옆에서 바라보던 아버지가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잘했다는 듯이 웃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나도 배시시 웃어 보였다. 제비가 얌전히 꼬리를 늘어트리고 앉아 우리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방 안에서 어머니가 언니들을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가 제비를 살포시 들어 올렸다. 제비는 반항 한번 없이 아버지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나는 야생 제비가 아버지에게 의탁하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했다. 지붕 처마에 있는 둥지로 간 아버지가 둥지 바로 밑 큰 돌에 발을 디뎌 제비를 조심스럽게 둥지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제비가 고맙다고 인사라도 하는 것처럼 짹짹 울음소리를 냈다. 아버지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저를 살려준 은인을 알아보는 기특한 제비'라고 칭찬하며 크게 기뻐하였다. 다친 제비 한 마리를 구해준 일이 아버지에겐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고 잘한 일이라 여기는 듯 보였다. 오지랖 넓은 아버지가 제비에게 쏟는 정성을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좀 더 쏟는다면 좋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아니할 수 없었다.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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