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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숨 Oct 20. 2019

골목에서 찾은 그리스인들의 리얼 라이프

호텔보다 에어비엔비, 관광이 아닌 그리스의 삶을 여행하다

에어비엔비를 찾아 항해하는 여정

 그리스 여행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당연히 그리스의 신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지어진 신전, 오래 던 유적 등과 같이 대표 관광지들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이번 여행은 철저히 살아보는 여행, 관광이 아닌 그리스에서의 삶 그 자체에 있었다. 그리스 여행을 선택한 이유가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였기에 내게 그리스 신화나 유적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그리스 여행에서 나는 크레타 섬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박물관과 그의 무덤을 둘러보며 작가의 정신을 되새겨보고 싶었고, 그런 작가를 탄생시킨 그리스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아크로폴리스, 고대 유적 같이 그리스에 오면 꼭 들려야 하는 관광지는 과감히 건너뛰고 내가 선택한 것들은 각 지역민들을 위해 열리는 벼룩시장이나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골목길과 같은 그들의 삶 그 자체였다. 그래서 아테네에서 1박을 하고 내일이면 산토리니로 떠나는 일정 속에서도 번거롭게 호텔이 아닌 에어비엔비를 숙소로 정했다. 에어비엔비는 호텔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여러모로 위험성을 안고 있지만 그 나라의 진짜 삶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모나스티라키 역에서 숙소로 가는 골목길에서 담은 사진 한 장. 골목에는 그 나라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느덧 아테네 공항에서 탄 열차는 숙소가 있는 모나스티라키 역으로 도착하고 있었다. 모나스티라키 역은 아테네의 심장쯤 되는 곳이다. 이곳에는 그 유명한 모나스티라키 벼룩시장이 열리는 곳이며, 모나스티라키 광장에서 뻗어나가는 다양한 골목들이 이어져 있는 곳이다. 주요 명소인 산 티그 마광장이나 베나키 미술관 그리고 무엇보다 파리의 에펠타워처럼 아크로폴리스가 시시때때로 쫓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모나스티라키 역은 여러 호선들이 교차하는 곳이었고 사람들로 붐볐고 복잡했다. 플랫폼에서 출구가 있는 곳까지는 2번의 계단을 큰 짐을 이고 올랐다. 환한 빛이 들어오는 입구로 향하자 옅은 매연 연기와 함께 뿌연 바깥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모나스티라키 역은 사람들로 엄청나게 붐볐다. 햇살을 받으며 거리에서 길거리에서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갓 구운 빵을 권하는 노점 상인의 모습, 클랙슨을 울리며 앞다퉈 굴러가는 차들의 모습 등 활기찬 모습이었다. 누가 그들을 경제대공황의 나라라고 했던가? 우리가 실제 알던 편견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들은 제각각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동네 주민들을 위한 식료품점. 그리스는 사시사철 온화한 기후 덕분에 식재료들이 전부 신선하다.


 활기찬 대로변을 등지고 모나스티라키 역의 뒤편으로 향했다. 내가 예약한 에어비엔비는 대로변이 아닌 뒷골목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숙소로 가는 길에는 작은 광장을 중심으로 카페가 이어져 있었다. 관광 책자에는 나오지 않는 거리였다. 뒷골목의 매력은 현지인들의 진짜 삶이 눈에 들어왔다. 골목마다 재즈바, 커피숍, 레스토랑들이 활기차게 영업 중이었다. 내 눈앞에 살아있는 그리스가 펼쳐졌다. 


 유명한 유적지와 그리스의 신은 아니라도 그 신들이 이룩한 거대 도시 아테네에 뿌리를 내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그리스인들. 만약 호텔로 숙소를 정했더라면 이 뒷골목에 펼쳐진 그리스인들의 숨은 열기를 나는 절대로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숙소로 가는 길에는 매일 구운 신선한 빵을 파는 빵집과 간단한 기타 연주 소리가 흘러나오는 커피숍, 부드러운 분위기의 재즈바 등등이 즐비해 있었다. 그곳에 나를 제외한 관광객 안 아무도 없어 보였다. 진짜 그리스인들의 삶이 이 골목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숙소로 가는 길에 찍은 가구점. 작은 상점들만 봐도 그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아크로폴리스가 보이는 숙소

숙소 근처에 다다르자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멋스럽게 옷을 갖춰 입은 사십 대쯤 되어 보이는 호스트가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었다. 호스트와 반가운 인사를 하고 열쇠를 건네받았다. 클래식함이 묻어나는 오래된 열쇠였다. 호스트는 함께 동행하며 문을 여는 법과 길을 안내해주었다. 오래된 철문을 열면 복도가 나왔다. 복도 끝에는 둥근 형태의 계단이 있었고, 끝에는 구식으로 구동되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숙소가 있는 층에 도착해 밖으로 나왔다. 열쇠를 넣어 방문을 열었다. 큰 구조의 방에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방을 확인하니 플랫 형태로 되어 있었으나 들어서자 바로 소파와 티브이가 놓여 있었고 맞은편엔 부엌 시설과 화장실이 있었다 거실과 부엌을 벽 하나가 공간을 분리하고 있었고 그 안쪽이 침대가 놓여 있는 침실이었다. 높은 층은 아니라 창 밖이 잘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창을 통해 그리스의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숙소의 이곳저곳에 호스트가 신경 써서 준비한 가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책상에는 호스트가 정성스럽게 정리한 아테네 맛집이 적혀 있었다. 짧은 인사를 뒤로하고 호스트와 헤어졌다. 하루만 묵을 집이지만 어쩐지 내 집에 온듯한 편안함이 밀려왔다. 


숙소 열쇠와 호스트가 정리해준 정보 페이지
숙소 창 밖으로 아테네의 맑은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간단히 나갈 채비를 마친 채 숙소의 옥상으로 향했다. 이 숙소를 선택했던 주요한 것 중 하나가 옥상 때문이었다. 축복받은 날씨 덕분에 그리스에서는 야외 테라스에서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본격적인 아테네 여행을 시작하기 전 숙소의 옥상을 둘러보기로 결정했다. 


옥상으로 향하는 창문 밖으로 부는 바람


저 멀리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뷰를 방해하는 높은 건물이 없어 저 멀리 까지 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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