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숨의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숨 Jan 26. 2020

사촌의 결혼 잔치에서 이상하게 울음이 터졌다

그런 결혼식이었다. 외삼촌들은 챙겨온 기타를 들고 식장 앞으로 나왔고 준비한 노래를 불렀다. 기타 연주는 제각각이였고 기타소리보다 엠알소리가 식장을 가득 메웠지만 그곳의 모두가 즐거워 했다. 큰외삼촌은 어느샌가 기타는 내팽겨치고 춤들 추기 시작했고, 막내 외삼촌은 열심히 기타를 쳤고, 딸을 시집보내는 작은외삼촌은 열창했다. 오늘의 일기예보엔 소나기가 예보돼있었지만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근래 보기드문 화창한 날이었다.



식장은 유난히 큰 창이 있는 구조였는데, 비 한점 오지 않는 날씨덕에 햇살이 창 안으로 들어왔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하객들의 얼굴이 그 창 안으로 들어온 햇살로인해 빛났고 그 하객들 사이사이로 외갓댁 식구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할아버지 가업을 물려받아 미용실을 하는 외삼촌네, 두 약사 아들을 장가보낸 큰외삼촌네, 그리고 자녀의 첫 혼례 준비에 정신없는 작은 외삼촌네. 이날만큼은 모두가 빛나보였다. 홍천의 이층 주택에서 허리 굽혀 둘러 앉아있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보니 외삼촌 외숙모들의 흰 머리가 옅은 주름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작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참 좋아하셨겠다 라는 생각은 우리 엄마도, 외삼촌들도 분명 했을 것이다. 


 명절때면 사촌들끼리 윳을 던져 말판에 돌을 놓기도 하고 삼팔육 컴퓨터 앞에서 프린세스 메이커를 하기도 하고 그 좁은 거실에서 술래잡기를 하기도 했는데 이젠 모두 각자의 가정을 꾸려 그곳을 떠나간다. 빈 공간에 홀로 앉아, 외할머니도 없이, 웃어대던 사촌들도 없이 혼자서 윳을 던지는 것은 나다. 나 혼자 홀로 남아 말을 옮기고 있다. 관중도 없이, 동료도 없이. 


 오랜만에 본 사촌 동생의 안부를 묻고 돈을 모아 여행을 가라며 시시껄렁한 훈수를 드고 다섯살이나 된 조카와 첫 인사를 하는 나만 여전히 여기 그대로인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외갓댁 식구들은 변한 것이 없는 것 같기도, 변한 것이 많은 것 같기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개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