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정한 사람. (28번째 삼일)
내가 생각하는 다정한 남자의 기준은
집에 들어올 때
먹을걸 사들고 오는 사람이다.
내가 워낙에 먹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왜 그렇게 다정하고 가정적으로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정말 별거 아닌 일인 것 같지만
그 일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가게 앞에 차를 세우기 힘들어서.
당장 가진 현금이 없어서.
집에 빨리 오고 싶은 마음에.
물론 셋다 공감이 가는 이유이기는 하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모두 변명이 되고 만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의 취향을 잘 알고 있다던지
본인이 맛있게 먹고 있던 와중에도 가족들 생각이 났다는 것이
나에게는 참 다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런 마음을 늘 가지고 있어서 인지
나는 결혼 전에도
회식이나 멀리서 친구를 만날 일이 있을 때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항상 집에 사들고 오곤 했다.
비록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집으로 와야 했기에
오는 내내 음식 냄새가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사들고 간 음식을 반겨줄 가족들을 생각하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팔이 떨어져 나가도록 무거운 음식을 사들고 돌아왔을 때는
무게만큼이나 더 기대가 컸다.
그리고 가족들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나는 항상 그런 마음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과는 달랐다.
그냥 빨리 와서 배달시키는 편이 더 편하고 좋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내가 생각한 다정함은 그것이 아니기에
가끔은 서운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닌 누구에게도 무엇을 강요할 수는 없으니
그저 나의 바람 정도로만 남겨두겠지만
언젠가는 생각지도 못한 두 손을 보고 웃을 날도 있지 않겠는가.
그날에 조금은 기대를 가져보도록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