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조-형>
고개 좀 들고 어깨 펴 짜샤
형도 그랬단다
(중략)
더 울어라 젊은 인생아
져도 괜찮아 넘어지면 어때
살다 보면 살아가다 보면
웃고 떠들며 이날을 넌 추억할 테니
[ROCK] 노라조 - 형 (兄) │ 가사포함 (youtube.com)
2016년 초, 엄마와 형 그리고 난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행선지가 어디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평일 한낮이었고, 우리는 한강 다리 위를 달리고 있었다.
엄마는 운전을 하셨고, 형은 조수석에, 난 형의 바로 뒷좌석에 앉아있었다.
평소와 똑같이,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형의 핸드폰과 차가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차에서는 형의 플레이리스트가 나오고 있었다.
난 멍하니 햇빛을 안고 있는 한강 수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2015년도 수능점수가 발표된 후, 난 곧바로 재수를 결심했다.
결심을 하기까지의 큰 어려움도 없었다.
이미 3년 터울의 형이 재수를 했었기 때문이었다.
형도 했었으니 나라고 못할 것도 없었다.
고난은 낙관적이던 나를 비웃듯, 재수를 결심한 후 찾아왔다.
두려움과 걱정, 나에 대한 불신이 전염병처럼 생겨나 매일 날 괴롭혔다.
올해 한 번 더 공부한다 해도 무언가 달라질까.
한 번 더 하면 작년보다 점수를 높일 수 있을까.
인서울은 할 수 있을까.
수능은 평균 3점대 후반 등급에, 내신은 4점대 초반인데 성공할 수 있을까.
가족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을까.
엄마, 아빠, 형한테 미안해서 어떡하지.
운전을 하시면서도 엄마는 계속해서 내 눈치를 보셨던 것 같다.
"오랜만에 나오니 좋지 않냐" , "이렇게 기분전환을 해야 공부할 힘이 생긴다" 등
내게 좋은 말을 해주시려 노력하셨던 기억이 남아 있다.
하지만 난 힘없이 답했다. 그저 엄마가 매일 해주는 상투적인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말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차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갑자기 바뀌었다.
형이 일부러 노래를 바꾼 것이었다.
슬픈 전주에 옛날 노래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그 노래
형이 힘들 때 정말 큰 힘이 됐다던 그 노래
형이 재수할 때 많이 들었다던 그 노래
'힘들다'는 감정이 이해가 안 가 예전에는 공감을 할 수 없었던 그 노래
노라조의 '형'이었다.
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을 후벼 팠다.
이미 재수라는 실패를 해봤던 형이 실패해도 괜찮다고, 넘어지면 어떠냐고,
어깨 좀 피라고 말하는 것 같아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울어도 괜찮다고, 넌 멋진 놈이라고 해주는 말들이 가슴에 한 줄 한 줄 박혔다.
실제로 형과 난 서로에게 인색한 사이였다.
서로에게 툴툴거렸고, 솔직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서로를 먼저 생각하는 형제였다.
노래의 말투 또한 그랬다.
털털하게, 너무 오글거리지는 않게, 하지만 진심을 담아 전하는 말투가
형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그때 뒷좌석에서 노래가 끝나기 전까지 얼마나 울음을 참았는지 모른다.
형에게 고마워서 운다고 말할 수 없었다.
19살 남자의 은근한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형이 그때 노래를 통해 전해준 메시지는 지금까지도 내게 도움을 주고 있다.
힘들 때마다 차 안에서 꺽꺽 울음을 참았던 때를 생각하면
난 아직 젊고, 충분히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힘을 얻는다.
형은 그때를 기억할까.
내가 울음을 참았던 걸 알고 있을까.
내가 그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알고 있을까.
형은 정말 일부러 그때 그 노래를 틀었던 걸까.
그 이후로도 형과 이 일화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은 없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형은 분명 그때 일부러 그 노래를 틀어주었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