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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보이 Apr 10. 2024

복잡한 거 말고, 담백한 브랜딩

10년 일하고 감히 말하는 브랜드의 정의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브랜딩 하면서 먹고살고 있는 사람이니, 브랜드를 바라보는 내 관점을 써보겠다.


브랜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멋진 로고가 박힌 가방?

5,000원짜리 커피를 사게 만드는 편안함?

내 아침 달리기를 응원해 주는 신발 속 동반자?


브랜드의 어원을 들여다보면, “Brandr”라는 단어에서나왔다. Brandr는 ‘막대기 끝에서 타오르는 불’이다. 횃불 생각하면 된다.

이 단어는 유목 생활이 중심이었던 서구권에서 나왔다.

유목 생활을 하며 어둠 속에서 횃불 하나로 양 때를 지키며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렇게 보면, 브랜드는 어둠 속 “무질서”에서 횃불의 빛을 통해 “질서”를 잡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빛은 우리 인생을 살아가는 방향성과 성실함에서 나온다.


누군가가 진심으로 자기 삶을 바쳐서 무질서와 싸우고, 좌절하고, 결국 이겨 횃불을 들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이야기에 영감을 받고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브랜드의 힘은 이 응원에서 나온다.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와 가장 가까운 한글 단어는 ‘가치’다.


가치의 어원은 價 ‘값가’에 値‘값치’다. ‘값가’는 ‘시장에서 잘 팔려 필요한’이라는 뜻이고, ‘값치’는 홍수를 막기 위해 치수를 재는 막대기의 모양에서 뜻을 가져왔다.


‘값가’는 ‘마케팅’과, ‘값치’는 ‘브랜딩’과 뜻을 일치한다. 다만 ‘값치’는 농경 사회였던 동양에서 나왔기 때문에, 어둠 속 무질서를 잡아주는 불붙은 막대기가 농사에 중요한 물의 치수, 물속 무질서를 잡아주는 줄자 같은 막대기가 되었다.


하지만 둘 다 무질서에서 질서를 만드는데 이용하는 막대기들이다.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가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근데 이 뜻은, 세상에 내 인생을 바쳐 무질서에서 필요한 질서를 만드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말이다.


이 정도 무게가 없으면, 그 브랜드는 남 따라 하다 그져 그렇게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브랜드는 ‘낙인’이라는 또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낙인’은 어떤 문양을 살에 지져 내 몸에 평생 새기는 행위이다.


과거에는 문맹률이 높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문양과 그림으로 많이 표현했다.

이렇게 보면, 브랜드는 질서를 잡는 이야기를 내 몸에 평생 새길만큼 내 인생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무시무시한 단어다.


브랜드는 인스타에서 어떤 필터를 쓰고, 예쁘게 꾸민 브랜드 스토리 피피티를 만들고, 로고나 끄적거리고,

유튜브에서 어떻게 어그로를 끄는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는 내 인생을 어떤 무질서 속으로 내던져, 고뇌하고, 싸워 이길지 이야기하는 출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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