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도랑에 흙물들이
저수지 가장자리로 어우러지고 있다
산밑에 살던 나무들도 저수지 안으로
휘어지는 제 몸을 담그고
벼가 짙푸름을 더해가면
물꼬를 트는 사람들 손길이 바쁘다
후두둑 후두둑 빗소리에도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염소들
영기야 염소 끌고 오니라 비 다 맞네
동네 상여 봉두에 올라 후렴을 넣던,
그 집 검둥개가 무서워 가기 싫던
담배 집 할아버지도 먼 길 떠나고
목소리 걸걸한 할머니의
담배 연기는 빗줄기에 젖는다
장독대 빈 항아리에 물을 담아
퉁퉁퉁 발장구를 치던 빗방울들
깨밭이 다 더내려간다고
어머니는 한숨을 짓고
처마 밑에 집을 엮은 거미는
어디 갔는지 하루살이 혼자 집을 지킨다
밭작물 걱정 뒤로 미루고
텃밭에 나가 솔을 뜯는 어머니
여문 옥수수, 어린 호박과 가지,
바구니에 가득 푸성귀를 담아
건네주는 거칠고 젖은 손
먹구름이 스쳐간 산 너머로
비 그림자 노을처럼 지고 있었다
" 유년시절의 기억중에 한 부분인데 비가 오고 난 뒤의 마을 풍경이
촉촉하고 산너머로 뭉게뭉게 올라가는 비구름이 좋아서 쓴 시이다.
친정에 다녀올때면 바쁘게 뭔가를 챙겨주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난다.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나 지금이나 옥수수, 호박, 가지 등
이런 좋은 먹거리는 도시의 배달음식의 입맛에 점점 맛이 잊혀지는게 아쉽다"